2조규모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됐지만 자금집행 기대 못미쳐

'최순실게이트'가 국민연금으로까지 불똥이 튀면서 위탁자산 자금집행이 늦어지는 등 기금운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채권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여러 일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손을 놓아선 안된다"고 당부하는 등 직원들을 다잡고 있지만 실무부서에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될 543조원에 이르는 기금운용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위탁사 선정했지만 자금집행은 미진=28일 기금운용본부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1일 1조원 규모를 맡길 국내주식 위탁운용사 10곳을 선정했지만 일부 운용사에만 자금집행이 이뤄졌다. 당초 국민연금은 운용 계획에 따라 가치형, 액티브퀀트형, 중소형주형의 3가지 유형 위탁운용사로 총 10곳을 선정하고, 각각 1000억원씩 총 1조원 정도의 위탁자금을 집행할 계획이었다.
일반적으로 위탁운용사가 선정되고 1~2주 정도면 위탁자금이 집행됐지만, 현재는 일부 운용사만 국민연금 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탁운용사 한 관계자는 "액티브형의 경우 일부 자금이 집행되긴 했지만 당초 기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자금집행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여러 이유로 집행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상적으로 자금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1조원 정도의 자금을 운용할 채권형 위탁운용사 7곳도 선정했는데 이곳에 대한 투자도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채권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 하던 날(11월23일)이 기금집행 예정일이지만 자금집행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집행이 늦어지는 것은 검찰 수사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3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금운용본부 실장급 인사 10여명의 휴대폰을 압수했고 이를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위탁자금의 집행은 각 분야별 운용실장이 최종 결정한다.
◇ "장기전략 못 세우는 게 더 큰 문제"=단기 자금 집행 뿐 아니라 정기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가 543조원에 달하는 만큼 투자자산의 배분이나 투자전략에 따라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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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안간힘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기관보고 자료 작성 등으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연말에는 올해 집행된 자금을 리뷰하면서 내년투자 전략을 세워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금리상승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12일 동안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에서만 5조원 이상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기금운용본부는 각 투자부분 팀장과 해외사무소 관계자들로 비상대책반을 꾸려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가동했지만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상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투자전략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기금운용본부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갖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금운용본부의 전략파트를 맡고 있는 전략실과 자금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주식실의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라는 내부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금운용본부 한 관계자는 "기업분석이나 투자전략 수립 등 본연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