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극심한 정치 리스크 확인…유통업계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시장 다각화 촉진될 듯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중국 관련 매출 비중에 따라 유통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중국 시장을 버리지는 못하더라도 동남아시아 등 시장 다각화가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국방부의 사드 부지 교환 요청을 받아들인 롯데그룹의 중국 내 점포를 비롯, 면세점, 호텔, 여행업계 등 우리 경제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은 전날 현지의 롯데마트 4곳에 대해 소방 시설 미비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한데 이어 이날도 추가 조치를 내렸다. 이날 현재 영업정지된 롯데마트 점포수는 23개에 달한다. 롯데는 중국 백화점 5개, 대형마트 99개, 슈퍼 16개 등 120개 유통 점포를 갖고 있다. 롯데마트 중국 점포의 20% 이상이 영업정지된 셈이다.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해 추가로 영업정지 되는 곳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소방 점검 결과가 영업정지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흔치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인 징계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중국 당국이 오는 15일 부터 한국행 여행 상품 판매 금지를 구두 지시하면서 국내 면세점, 호텔,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한동안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주목했던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 배타적인 텃새, 치열한 경쟁, 자국 기업 보호 정책 등으로 유통업계에선 이미 쉽지 않은 시장으로 각인돼 왔지만 이번 사드 보복 조치로 정치적인 리스크가 다시한번 부각됐다.
그나마 중국 관련 사업 비중이 적은 업체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2000년대 들어 중국 시장 내 점포를 빠르게 늘렸지만 현지화 등에 실패하면서 2010년을 기점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한 때 26개에 달했던 중국 내 이마트 점포수는 7개로 줄었다. 현대백화점과 AK플라자도 중국을 포함한 해외 점포가 없고, 매출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 사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대부분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거나 개점을 앞두고 있어 이번 보복 조치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리스크 부각으로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점포를 내고 진출해 있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도다. 롯데가 러시아에 백화점 1개, 인도네시아 백화점 1개, 대형마트 44개, 슈퍼마켓 2개, 베트남에 백화점 2개, 대형마트 13개를 갖고 있고, 이마트는 2015년 베트남에 1호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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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점포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8%, 12.2%(이상 현지화 기준) 성장했다. 현지 영업도 강화된다. 백화점의 경우 베트남에서는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인도네시아는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대형마트 부문도 인도네시아에서 도매 출점을 늘리고, 베트남에선 투자효율개선과 함께 온라인과 소형 매장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이마트도 베트남 1호점이 안착하면 추가 출점을 추진하고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온라인 오픈마켓 업체인 SK플래닛 11번가는 자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대신 일찌감치 동남아시아 등으로 눈을 돌렸다. 2013년 터키를 시작으로 2014년 인도네시아, 2015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했고, 올해 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사업을 론칭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같은 큰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워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