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 투자의 시대가 온다]③

미국,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 IP 투자상품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과거 특허권과 상표권을 토대로 한 펀드가 등장한 적은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IP 중 상표권과 저작권에 대한 대우는 특허 기술보다 찬밥이다. 이렇다 할 가치평가 기관이 없는데다 분쟁 시 권리 행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P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치평가에 대한 기반부터 제대로 다져야 한다는 지적한다.
△기생충 △BTS △배틀그라운드 등 한국 IP의 글로벌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자산'으로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제대로 된 가치평가 기준이 없다.
현재 IP 가치평가는 정부가 지정한 20개 '발명의 평가기관'과 변리사 등 감정인을 통해 진행된다. 이들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기술가치평가 가이드를 준용한다. 그러나 가이드를 해석하는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배순구 다래전략산업화센터 대표는 "기준에 따라 평가금액도 큰 차이를 보인다"며 "횡성한우 브랜드 가치가 글로벌 의류업체인 자라보다 약 15배 정도 크게 평가돼 일반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특허권에 해당할 뿐 저작권 가치평가를 위한 기관이나 기준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손승우 중앙대 교수는 "특허권보다 저작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함에도 정책적 미비로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P에 대한 보호장치가 미비하다는 점도 IP 투자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불법복제 시장이 만연한 국내 시장 환경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8월 14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국 만 13~69세 일반인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0% 이상이 음악·영화·방송에서, 20% 이상이 게임·출판 부문에서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을 침해 당해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콘텐츠다.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미르'의 IP를 갖고 있는 위메이드는 중국 내 약 8000건의 IP 침해건수를 적발했지만 제대로 손해배상을 받은 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IP로 분류돼 있지만 특허와 상표는 특허청, 저작권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라며 "통신 및 SW(소프트웨어), 콘텐츠가 융합되는 시대에 맞춰 강력한 IP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고, 그에 맞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IP금융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표권과 저작권을 중심으로 한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저작권 등을 중심으로 한 IP금융이 활발한데 반해 한국은 특허권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 집중돼 있다.
강명수 부산대 교수는 "특허권과 달리 상표권이나 저작권 등은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권리 확보가 용이하다"며 "영화,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 콘텐츠 역시 또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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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한국 저작권 무역수지는 10억4000만달러(약 1조149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1억6000만달러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문화예술저작권의 경우 2010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손 교수는 "IP금융은 신용이 없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험자본이라는 점에서 제2의 기생충, 배틀그라운드를 낳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