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에 베팅" 역사는 반복된다···1조 매수한 개미, 웃었다

"전쟁 공포에 베팅" 역사는 반복된다···1조 매수한 개미, 웃었다

오정은 기자
2022.02.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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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 소리에 주식을 사라"

러시아의 전면전 도발에도 미국 나스닥 지수는 3.34% 급등했다. 코스피도 급반등했다. 전일 1조1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공포에 베팅한 개인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이벤트와 공포는 발생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키지만 정작 발생 후에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고 만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주됐던 러시아의 우크라 전면전이 발생한 당일(24일) 증시는 급락했지만 이튿날 시장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푸틴의 '우크라 전쟁'이 연초 글로벌 증시를 억누르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장주가 날아올랐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06%(27.96포인트) 오른 2676.76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2.92%(24.77포인트) 상승한 872.98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주가가 부진했던 기술주 NAVER(199,700원 ▲300 +0.15%)(+3.97%) 카카오(34,250원 ▲250 +0.74%)(+4.89%) 삼성SDI(481,000원 ▼8,000 -1.64%)(+4.46%) 등이 강세였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7.5% 발표 직후 3월 미국 연준이 금리를 50bp 인상할 확률이 90%까지 올라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3월 미국의 금리인상은 25bp가 유력한 분위기이며 이는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전쟁은 주식시장에 기회" 동학개미의 용감한 베팅, 이유 있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서방은 경제 제재를 개시했다. 영국은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했지만 원유 및 가스 관련 제재는 없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수출 통제를 승인하고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으나 에너지 관련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 미군 참전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레드라인(중립국) 문제에 동의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미국 증시는 안도 랠리를 펼쳤다. 특히 가파른 금리인상 예고에 급락했던 기술주가 급등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지정학적 위험이 증시에 미친 영향은 대부분 단기적이었다"며 "처음에는 증시가 불확실성을 반영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업 실적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클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금융투기의 역사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는 것처럼 전쟁은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론 항상 '저가매수의 기회'였다.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당시에도 급락 후 빠른 반등이라는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장기적인 전면전으로 비화되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수준이 아니라면 이번 전쟁과 관련된 파장은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보다는 센티멘탈(투심과 수급) 측면에 그칠 것"이라며 "과거 4번의 전쟁 사례에서 코스피는 전쟁 발발 2개월 전부터 단기 변동성이 컸지만 중장기로 보면 투매보다는 보유가, 관망보다는 매수가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전일 러시아 침공 소식에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일부 대 러시아 노출 종목이 하락했으나 실제로 한국기업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노출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1.5%, 수입은 2.8%(원자재), 대 우크라이나 수출입 비중은 0.1% 내외(곡물)로 한국경제의 직접적 노출도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러-우크라 불확실성, 아직 현재진행형…안도 랠리 속 변동성 '주의'

시장이 하루만에 낙관에서 비관으로 돌아서며 안도 랠리를 폈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신하긴 이르다.

군사적 충돌이 크게 발생하거나 유가 상승 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때마다 잡음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날(26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장기적으로 이번 전쟁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계경제의 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며 그 장기적 여파에 대한 분석기사를 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 조치로 '세계의 경제 블록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이후 달러화 송장 비중을 낮추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며 자국 경제를 독립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은행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대한 제재로 타격이 발생할 것인데 이 경우 러시아는 금융 면에서 중국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양국간 교역은 서방의 제재로부터 격리돼 있는데 러시아는 향후 더욱 동쪽(중국)으로 기울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가 운영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경제를 지배한 세계화된 공급망과 통합 금융시장의 시스템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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