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자산 공약, 선언을 넘어 실천되려면

[기고]디지털자산 공약, 선언을 넘어 실천되려면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2025.05.24 08:00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디지털자산 관련 공약을 제시한다. 산업 진흥을 위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사업자 다각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히 청년층을 겨냥한 포퓰리즘으로 치부할 수 없는 글로벌 변화에 대한 정책적 응답이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주요국은 이미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산업으로 규정하고 제도화를 가속화한다. 더 이상 디지털자산은 미래의 산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정책과제이자 경쟁력의 문제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91% 급증했다. 이용자 수는 970만 명으로 25% 증가했고,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7조3000억원으로 22% 확대됐다. 이번 조사는 등록된 사업자만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사업자로 포함되지 않는 수치까지 합한다면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디지털자산이 이미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제도권 금융시장 편입의 출발점이자 기관투자 유입의 핵심 통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에도 선언적인 공약이 정책화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전례가 적지 않았다. 공약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기대를 걸었던 시장과 산업에 오히려 혼란과 불신만 초래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은 금융뿐 아니라 과학기술, 외환, 법무 등 여러 부처가 관여하는 복합적인 이슈로, 단일 부처가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국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책 추진 체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 위원회' 신설이 좋은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위원회는 단순히 자문기구를 넘어 관계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국회의 입법을 지원하며, 산업계와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는 실질적인 정책 허브로 기능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핵심 금융기관은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등 유관 부처들과의 조율을 통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규제 정합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역할 분담, 유럽연합의 미카(MiCAR) 체계, 일본과 싱가포르의 제도화 전략 등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중요한 참고사례다. 디지털자산 위원회는 이러한 국제 기준을 고려해 국내 정책을 설계하고, 공약 이행의 진척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는 공식 창구로 작동해야 한다. 시장의 역동성을 규제가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포용하고 정책이 조율하는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화의 미비와 규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진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전략과 추진 체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국정 과제로 격상하고 강력한 추진 기관으로 뒷받침해야만 디지털자산 공약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미래산업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과 자본시장을 재편하는 오늘의 현실과제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 위원회는 이 과제를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며 한국이 디지털금융 강국으로 도약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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