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반기 실적 착시와 정책 변화의 파고를 넘어야

[기고]하반기 실적 착시와 정책 변화의 파고를 넘어야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2025.06.02 05:00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상무). /사진제공=현대차증권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상무). /사진제공=현대차증권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책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착시 속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 지연과 관세 불확실성, 연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TAA) 조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제한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일부 신흥국 증시는 반도체 실적 호조와 조기 수요 반영 효과 덕분에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러한 상반기의 흐름은 하반기 자산 배분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주목할 핵심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감세안의 영향이다. 이번 감세안은 단기 법인세 인하 효과는 없지만 2017년 감세 조항의 영구화를 통해 미국 증시의 장기 밸류에이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다. 현재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나 경기 둔화 지표가 누적되며 예상보다 빠른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셋째는 국내외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내 조기 대선과 주요국 정책 기조 변화다.

연기금의 TAA와 유사 전략은 '많이 하락한 자산을 사고, 많이 오른 자산을 파는' 방식으로 자산군 간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 전략이다. 이는 시장 가격의 평균 회귀 특성을 전제로 하는데 중장기 수익률 개선과 리스크 관리 효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은 상반기 정책 불확실성과 시장 고점 논란 속에 미국 등 선진국 주식 등 그동안 많이 오른 자산을 축소하고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 등을 비중 확대했다. 상반기 선진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배경으로 연기금의 TAA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하반기에 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상반기 글로벌 주요 증시 중·강세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4분기부터는 수요 공백과 기저 효과로 실적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국내기업의 상반기 실적개선은 일종의 '조삼모사'(朝三募四)로 4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업종이나 스타일 선택에서 보다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밸류에이션과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 중심의 전략이 바람직하다.

해외 주식시장은 미국 시장의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다. 상반기에는 고점 논란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률이 정체됐으나 하반기에는 감세안의 통과 여부와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장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영구적인 법인세 인하 조항이 주는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권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구체화되며 매력도가 높아지는데 등급별 차별화 전략이 유효하다.

하반기 시장 전망을 반영한 자산 배분 전략으로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구성 방안을 제안한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각각 50대 50으로 구성한 '균형 투자형' 포트폴리오에서는 미국 주식 20%, 한국 주식 10%, 유럽주식 10%, 미국채권 20%, 한국채권 20%, 리츠 10%, 금 10%로 설정해 지역이나 자산군 간 분산 효과를 극대화했다.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가능성과 금리 하락기 채권 수익률 개선 기대를 모두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하반기에는 실적 착시 해소와 정책 변화의 진폭이 크게 작용한다. 단기 이벤트보다 중장기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자산별 대응 전략을 설정하고 실적과 정책, 금리 기조의 전환점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자산 배분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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