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홍콩도 준비만 2년 반 이상…결제주기 단축 '신중 모드'

유럽도 홍콩도 준비만 2년 반 이상…결제주기 단축 '신중 모드'

배한님 기자
2026.11.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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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주기 단축 추진 일정. /자료=한국거래소
결제주기 단축 추진 일정. /자료=한국거래소

증권유관기관이 2일 발표한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초안)'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주식 결제주기 단축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약 1년 늦은 2028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시차·환전 부담과 결제실패 위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아서다. 준비가 부족하면 한국 시장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는 해외 투자기관도 있는 데다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 위험에 대한 검토도 남아 있다. 여기에 홍콩이 시행 시기를 2028년 하반기로 연기한 점도 국내 일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은 2028년 중 결제주기를 현행 2거래일(T+2)에서 1거래일(T+1)로 단축할 계획이다. 내년 10월까지 증권유관기관의 인프라 개편을 완료하고 2028년 1분기까지 금융회사 등의 시스템 정비를 마친 뒤 최소 6개월간 통합 테스트를 거쳐 2028년 하반기에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손발 맞출 기관만 600개 이상…"2028년 하반기도 도전적 목표 설정"

해외 결제주기 단축 사례. /자료=한국거래소
해외 결제주기 단축 사례. /자료=한국거래소

당초 시장은 EU(유럽연합) 전환 일정에 맞춰 2027년 10월 결제주기 단축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이 유럽 등과 보조를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로드맵 브리핑을 진행한 박상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본부장은 "당시 구체적인 시행일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공식적인 목표 일정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지 파악한 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종합적으로 일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여러 기관의 준비가 끝나야 시행할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준비 기간은 필수다. 박 본부장은 "현재 6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참여해야 하고 외국계 금융회사까지 포함돼 기관마다 준비 역량이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결제업무 부담이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과 한국은 13시간의 시차가 있어 외국인투자자가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결제주기를 하루 단축하면 거래 확인과 환전 등을 더욱 촉박하게 처리해야 한다. 박 본부장은 "최악의 경우 거래 전에 원화를 미리 확보해야 하는 프리펀딩(사전자금조달)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거래소가 해외 증권사와 보관기관, 투자자 등 3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관의 33.3%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T+1로 전환할 시 한국 시장 투자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2%는 최소 18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84.4%는 2028년 하반기 이후 시행을 희망했다.

해외 주요국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은 2021년 12월 로드맵 발표부터 2024년 5월 시행까지 약 2년5개월에 걸쳐 제도를 마련했다. 내년 10월 시행 예정인 유럽과 영국, 스위스도 로드맵 발표 이후 약 2년6개월의 준비 기간을 설정한 상태다. 지난해 7월부터 결제주기 단축을 준비해 온 홍콩은 당초 내년 4분기 시행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시행 일정을 2028년 하반기로 약 1년 연기했다. 준비 기간만 3년 이상이다.

해외와 비교하면 한국의 준비 기간은 2년여로 그리 길지 않다. 박 본부장은 "준비 과정에서 가시적인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어 도전적으로 일정을 제시"했다며 "최종 전환 시기는 향후 국내·외 금융회사 및 외국인투자자 등과의 협의를 거쳐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행 시기를 정할 때는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의 일정도 고려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을 권역 단위로 거래하는 만큼 국가별 결제주기가 달라지면 자금조달 비용 등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유관기관 조사 결과 해외투자자의 60%가 아시아 또는 동북아권 등 권역 단위의 동시 전환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박 본부장은 "(한국 일정 결정에) 홍콩 일정 영향이 아예 없지 않았"다며 "홍콩은 우리와 같은 권역에 있는 주요 경쟁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제까지 10단계 넘게 필요…생략·순서 변경도 어렵고 안정성도 관리해야

결제주기 단축 시 발행하는 업무 소요 시간 변화. /자료=한국거래소
결제주기 단축 시 발행하는 업무 소요 시간 변화. /자료=한국거래소

결제주기 단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국내외 금융기관이 현재 37시간에 걸쳐 처리하는 10단계 이상의 결제업무를 주식시장이 마감하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정규장이 열리는 오전 9시까지 13시간 만에 모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확인 △정정 △보증 △상계 △배분 △매칭 △환전 △승인 △결제 등 결제업무는 어느 하나를 생략하거나 순서를 바꿔 처리할 수도 없다. 이를 위해 거래소와 예탁결제원뿐 아니라 600곳 이상의 금융기관이 전산시스템을 개편하고 야간·새벽 근무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박 본부장은 "결제주기 단축은 증권유관기관만 준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기관의 준비가 끝나야 가능"하다며 "여기에 외국인투자자의 환전과 자금조달, 결제실패 대응체계 정비, 업계 전체가 참여하는 통합 테스트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제주기 단축 과정에서 결제실패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 증시의 결제실패율은 0%에 근접하지만 미국은 2~3%, 유럽은 약 7% 수준이다. 결제 준비 시간이 줄어들면 증권이나 대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본부장은 "한국은 결제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결제실패가 연간 1~2건 발생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며 "결제주기를 단축하더라도 우리 시장의 강점인 낮은 결제실패율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추가 검토도 필요하다. T+1이 시행되면 주식 매도대금을 하루 빨리 받을 수 있지만 미수거래 투자자의 대금 납부 시점도 하루 앞당겨진다. 미수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 시점 역시 기존 T+3에서 T+2로 빨라져 투자자의 대응 시간이 줄어든다.

브리핑에서도 결제주기 단축에 따른 반대매매 증가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대책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개인투자자의 편익과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행 시기 조정이나 제도 도입 자체의 재검토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본부장은 "개인투자자 편익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지만 향후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결제주기 단축 효용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결제위험과 거래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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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증권부 배한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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