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신이용문화, 자율과 관용의 문화로

[기고]통신이용문화, 자율과 관용의 문화로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2010.10.20 16:04

얼마 전 ITU 전권회의가 열리고 있는 멕시코에 다녀왔다. 정보통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가 2014년에 있을 차기 회의의 유치를 위해 전방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ITU 전권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멕시코는 다른 중남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통신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이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중남미 지역이 유럽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다음으로 휴대전화 보유대수가 많은 지역으로 부상하였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밝은 곳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멕시코는 최근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증하면서 휴대전화가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시 개인정보등록을 의무화 하는 등 휴대전화와 관련된 범죄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자타공인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통신 이용문화와 관련된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미 휴대전화의 대중화 과정에서 모티켓(모바일+에티켓)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처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용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아마, 10여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공연장 등지의 공공장소에 입장하는 관객들의 휴대전화을 강제로 차단하는 장치가 개발돼 일부 장소에 적용된 적이 있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해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전파 차단장치는 공공장소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휴대전화 차단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휴대전화의 통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진화하는 휴대전화 세대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이어폰을 사용하는 게 일반화되었고, 고속열차 신간센에서는 객실과 객실 사이의 통로에서만 통화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아예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중지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에 관심을 보일 정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나라에서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정부가 협의하여 휴대전화 예절을 강제하는 실천강령을 마련하는 추세이다.

그렇다고 강제에 의한 휴대전화 예절로 사용자들을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자율과 책임 혹은 배려의 문제가 모티켓에도 적용될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휴대전화가 삶의 밑천인 사용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길거리 사용마저 금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어쩌면 언제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용의 문화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스스로 공공장소의 통화를 자제하고 큰 소음을 내지 않는 등 타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에티켓 차원을 뛰어넘는 범죄행위가 통신 이용문화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근래에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바이러스나 해킹과 같은 방법으로 휴대전화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하고, 개인정보를 빼앗아 가는 등 여러 우려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

더구나 각종 모바일 기기들의 기능이 향상되고, 통신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문제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지속적으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제도가 문화를 앞설 수는 없는 법이다. 이용자 스스로의 올바른 활용과 감시, 그리고 통신사업자의 기술적, 서비스 정책적 차원의 대비책이 함께 맞물려야 제도가 풀어내기 어려운 부분까지 바로잡을 수 있다. 자율적으로 올바른 이용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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