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낙인 지우고 PTSD 치료·피트니스·교육까지…게임의 재발견

'질병' 낙인 지우고 PTSD 치료·피트니스·교육까지…게임의 재발견

이진욱 기자
2020.11.09 05:00

[u클린 2020]⑥ 착한 게임

닌텐도DS용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닌텐도DS용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당신의 뇌연령은 OO세입니다." 간단한 테스트 과정 후 현재 뇌 연령이 측정된다. 그때부터 뇌 연령을 더 낮추기 위해 다양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매일 게임을 즐길수록 더 많은 훈련 과제가 주어진다.

닌텐도가 지난 7월 출시한 ‘매일매일 스위치 두뇌 트레이닝(이하 두뇌 트레이닝)’의 게임 방식이다. 이 게임은 2007년 닌텐도 DS로 국내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 안성기와 장동건이 TV 광고에 출연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게임을 엔터테인먼트에서 두뇌 발달, 치매 등 의료영역으로 확장하면서 기능성 게임을 대중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軍 교육용으로 시작된 기능성 게임…교육 스포츠 의료 분야 확산되는 ‘착한 게임’

기능성 게임은 1977년 클라크 앱트의 저서 ‘Serious Game’에서 유래됐다. 국내엔 게임학 1호 박사인 윤형섭 교수가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로 도입했다. 두뇌 트레이닝 게임 이전에도 기능성 게임은 있었다. 1984년 개발된 ‘테트리스’다. 테트리스는 소련에서 인지발달장애 치료를 목적으로 만든 게임으로, 신체·심리적 효과성을 입증하는 다양한 의학 임상 보고서가 나와 있을 정도다. 테트리스를 30분씩 한 달 동안 플레이한 결과, 두뇌 효율성이 높아졌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기능성 게임은 질병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중앙대병원 유방암클리닉은 큐랩과 함께 엔씨소프트의 후원을 받아 유방암 항암치료 환자관리 모바일 게임 솔루션 ‘핑크리본’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유방암 환자들이 의사가 처방한 약을 규칙적으로 투약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동시에 환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돕기 위한 놀이, 채팅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유방암 환자에 적용한 결과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실질적 도움을 줬다는 게 병원 측 판단이다.

사실 기능성 게임은 군사 훈련 분야에서 쓰였다. 미국 국방부가 교육 홍보용으로 제작한 FPS(1인칭슈팅)게임 ‘아메리칸 아미’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을 통해 미 육군은 군 홍보와 신병지원 확대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능성 게임은 군사, 의료뿐 아니라 피트니스,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처를 넓혔다.

하지만 기대만큼 기능성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주목받진 않았다. 과몰입, 사행성 조장 등 각종 부작용으로 게임이 유해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기능성 게임 발전을 더디게 했다. 그러던 중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팬데믹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집콕족이 늘면서 게임 이용이 크게 늘면서다.

비대면 콘텐츠 중 게임이 가장 효과적인 여가 콘텐츠로 떠오르며 특정한 목적을 지닌 기능성 게임을 찾는 이들까지 덩달아 늘었다. 기능성 게임으로 분류되는 ‘링피트 어드벤처’와 ‘닌텐도 스위치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에디션’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게임 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이용을 권장하는 쪽으로 태세 전환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아미 '프루빙 그라운드'.
아메리카 아미 '프루빙 그라운드'.
기능성 게임 확대 시도 움직임…의료·교육용 기능성 게임 개발 추진

기능성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개발·보급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잇따른다. 중국은 오는 2025년까지 게임 산업의 연간 생산액을 1500억 위안(한화 약 25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능성 게임 장르를 포함했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해 의료, 건강, 교육 분야 등에 활용한다는 차원이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한 기능성 게임에 대한 제작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닌텐도를 통해 기능성 게임의 상업성까지 입증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에서도 기능성 게임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 성장 전략엔 기능성 게임 육성이 포함됐다. 정부는 온라인게임 위주의 시장에서 분야와 기능 등 저변을 확대, 미래 게임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게임을 기반으로 정신과, 신경과 등 다양한 의료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교육용과 사회공헌 게임 등 다양한 기능성 게임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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