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청기술의 발전과 방어책에 대한 관심도 대폭 높아졌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던 도청은 이제 레이저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로 진화했다. 전문가들은 도청기술의 진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를 100% 차단하는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적용가능한 수단을 최대한 동원한다면 도청 피해는 상당 수준 막을 수 있다.
14일 보안 업계에 따르면 현대 도청 기술은 도청기를 심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도 통신 신호 탈취, 사이버 공격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목소리의 본질이 공기의 진동인 점을 이용해 진동을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까지 나왔다고 한다.
레이저 도청이 대표적이다. 목소리로 인한 공기의 진동이 △창문이나 벽에 닿아 진동하는 것을 △먼 거리에서 레이저를 쏴 측정하고 △이를 다시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도청 방법이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창문에 도청 방지 필름을 붙이거나 가짜 진동을 만들어내는 방어 수단이 쓰이기도 한다.
진동을 소리로 바꾸는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진은 전구의 진동에서 소리를 추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스마트폰 통화 시 발생하는 진동을 원거리에서 측정해 음성을 재현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신호 탈취는 통화부터 데이터 통신까지 유선 통신망의 신호를 탈취하거나 무선 신호를 탈취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화나 주파수 변조를 이용한다. 사이버 공격은 악성코드 등을 이용해 일종의 해킹을 하는 방식이다.

미국에는 독립 정보기관인 CIA(중앙정보국)와 ODNI(국가정보국장실), NSA(국가안보국) 등 총 18개의 정보기관이 있다. 각 기관들은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정보를 수집한다. NSA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NSA가 세계 각국 전화와 이메일 등을 무차별 수집해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고 폭로했다.
당시 스노든의 폭로로 NSA가 최소 35개국 정상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동맹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전화를 10년 넘게 도청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메르켈 총리는 직접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항의했다. 미국은 독일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38개국 주미 대사관도 도청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2015년 니콜라 사르코지 등 전현직 프랑스 대통령 3인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 외교 문제를 빚었다. 2016년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의 사적 대화를 도청했다고 밝혔고 2021년에는 덴마크와 합작으로 유럽 정치인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오바마 정부가 우방국은 도청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후로도 도청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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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1976년 코리아게이트 당시 CIA가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됐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로비스트 박동선에게 미국 내 로비 활동을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CIA는 이때 목소리로 인한 창문 진동을 수집해 대화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는 도청을 막기 위해 창문에 진동자를 설치하고 있다.

이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도청 기술을 100% 방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제시한 도청 방지법에 따르면 중요한 업무 내용은 전화, 휴대전화로 주고받지 말고 가까운 곳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공중전화를 사용해야 한다.
또 유선 전화의 경우 상대가 먼저 전화를 끊은 후 수화기를 내려놓고 통신 시설 등 사무집기 유지 보수는 확실한 업체에 의해 실시해야 한다. 공사자의 신분을 철저히 확인하고 현장에서 함께 입회 하에 점검 및 공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 선물받은 집기, 신변 잡화 또는 화분 등을 꼼꼼히 살피고 의심스러운 경우 사용하지 않는 것이 소형 도청기의 은폐나 위장을 예방할 수 있다. 전화 회선 보안기에 열고 닫은 흔적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잠금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중요한 회의나 대화는 사전에 도청기 설치 여부를 탐지하거나 라디오 등 다른 음향기기를 틀고하는 것이 좋다. 호텔 등에서는 카운터나 옆방에서 쉽게 도청할 수 있어 객실 전화로 중요한 통화를 하면 안된다. 사무실에 외부 손님을 혼자 두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밖에도 휴대폰의 운영체제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설치파일 폴더에 수시로 들어가 의심가는 파일을 직접 지우도록 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전화로 전달된 문자 메시지의 링크도 함부로 클릭해선 안된다. 전화 단자함 등의 통신 시설은 도청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곳이기에 건물 외부에 달아야 한다.
팩스는 문서 노출 및 도청 위험이 높아 보안이 요구되는 지역에 설치를 줄이고 특히 전화벨이 울리고도 자료가 나오지 않는 경우 도청 여부를 의심해야 한다. 실내에서 중요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경우 창가 자리는 레이저 도청을 당할 위험이 크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