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부터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에게 6개월마다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 정부는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지만, 전문가들과 통신업계는 6개월 반복고지가 오히려 소비자 피로를 높이고 제도의 실효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84,700원 ▼5,000 -5.57%)·KT(53,500원 ▲1,100 +2.1%)·LG유플러스(14,500원 ▼120 -0.82%))는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행정예고한 '최적요금제의 고지 대상·방법·내용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
정부 초안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통신 이용계약 체결일이 속한 다음달 1일부터 매 6개월이 경과할 때마다 1개월 이내 최적요금을 고객에게 고지해야 한다. 최적요금제 선정 기준은 최근 6개월 평균 이용량을 바탕으로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다. 다만 위약금 문제 등이 있는 경우엔 현재보다 낮은 요금제가 있더라도 추천하지 않는다.

◇통신 이용 환경 복잡…맞춤형 추천 필요= 문제는 통신 이용 환경이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AI 구독서비스, 가족 결합, 장기 고객 할인, 멤버십 혜택 등을 함께 고려해 요금제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번 제도의 추천 기준은 문자·음성통화·데이터 사용량 뿐이다. 음성·문자가 대부분 무제한 제공된다고 볼 때 데이터 사용량 하나로 요금제를 추천하는 셈이다. 복합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의 니즈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지 방식도 문제다. 재난문자와 광고성 문자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통신사 안내 문자도 스팸처럼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맞춤형이 아닌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제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어서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통신사가 직접 추천하는 구조보다 제3자가 객관적으로 분석해 추천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마이데이터나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플랫폼이나 AI가 요금제를 추천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개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지 시점도 6개월마다 일률적으로 알리는 것보다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운영 중인 '스마트초이스(통신요금정보포털)'와 차별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사이트가 이미 문자·음성통화·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추천하고 있어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고 스마트초이스 이용시 느낀 불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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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대상 매 6개월 고지는 '스팸'= 업계는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고지 주기를 6개월로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추천하는 것이 최적 요금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할지 의문이고, 제안이 맞지 않으면 통신사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4800만 가입자에게 연 2회 안내해야 하는 만큼 적지 않은 통신비용(멀티미디어 MMS 기준 211억여원)과 행정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해 해당 법을 대표 발의했던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도 이 같은 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여 중재안을 부처에 전달했다. 이정헌 의원실 관계자는 "유럽이 최적요금제 고지 주기를 최소 1년으로 했다가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져 1년 주기는 폐지하고 필요한 시점에 고지하는 것으로 개정하려고 하는 상황이라, 우리 의원실도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법 시행 초기부터 1년 주기로 하면 달라진 것을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 법 시행 후 첫 6개월 이내에 한번 고지하고, 이후 1년 단위로 고지하자는 중재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EU는 고지 의무 삭제= 실제 최적요금제를 도입했던 EU(유럽연합)와 영국은 최소 연 1회 고지로 바뀌었고, EU는 올초 발의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에서 이같은 고지 의무마저 삭제했다. 소비자가 요금제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을 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과 정보 과부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고지 의무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면서 "법령 초안을 만들었어도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통과해야 해 아직 확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