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어 스마트 글래스(안경)도 저희 랩에서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뭘 먹는지에 대해서 다 기록을 하고 단백질 같은 영양소 섭취량까지 계산하는 알고리즘도 만들고 있습니다. 스마트 변기와 연동해서 생태계를 만들게 되면 먹는 것부터 나오는 것까지 심리스(seamless·끊김 없음)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승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교수는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에서 열린 '메디컬코리아 2025' 기자 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최근 생성형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에모리 헬스케어의 알리스테어 어스킨 CIO(최고정보책임자)도 함께했다.
박 교수는 대소변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 전염병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스마트 변기'로 2023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괴짜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생각하게 하는 연구에 대해 시상하는 상이다. 박 교수는 "과거 한 전문의가 자신은 환자를 볼 때 "오늘 대변은 어떠셨어요?"라고 물어본다고 말했다"며 "사실 환자는 자신의 대변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변 모양을 분석하는 기능을 연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현재 나와 있는 웨어러블 기기로서는 가장 정확한 결과를 내주고 있다"며 "당뇨 환자 케어를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먹는 것이라 이제 스마트 냉장고가 나와서 사람들이 뭘 꺼내 먹는지에 대한 로깅이 다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스마트 글래스(안경)를 당뇨 모델로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 변기는 비뇨기과, 소화기내과, 부인과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제 현장에서 AI가 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밝혔다. 박 교수는 "스마트 변기라고 하면 다들 프라이버시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시지만 (사용자가) 동의만 하시면 대부분 해결이 된다"면서 "(오히려) 규제 면에서 저희가 생각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스마트 변기가 의료기기가 돼서 진단 결과가 나오고 저희가 진단 결과를 (이용자에게) 송부하게 되면 이게 원격 의료가 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할 수 없다"며 "미국과 싱가폴은 지금 원격의료가 의료보험 코드화돼 있어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직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은 스마트 변기의 후속 연구와 관련된 생각도 밝혔다. 박 교수는 "규제 샌드박스로 스마트 시티를 통해 규제를 풀어주는 부분이 있으면 거기서 몇 천 가구 정도에 스마트 변기를 설치하고 한 번 시험을 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게 되면 스테이크 홀더(이해 관계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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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와 어스킨 CIO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로서는 AI가 보조적인 도구로서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같이 했다. 어스킨 CIO는 "환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헬스케어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윤리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결정이 아니라 행정적인 기능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모리 헬스케어는 의료 현장에서 AI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도 "스마트 변기와 같이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것들은 의사 선생님들과 경쟁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들을 도와주는 툴"이라며 "정보들을 쫙 모아서 의사들의 차트에 올려주고 큐레이션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현재 우리는 반응 수동적인 모델에서 적극적인 모델로 가는 전환기에 있다"며 "믿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나 윤리적 문제가 있어 함께 생각하면서 균형있게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