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도 "귀감 사례" 언급…희귀질환자에 희망 선사한 공무원

국무총리도 "귀감 사례" 언급…희귀질환자에 희망 선사한 공무원

홍효진 기자
2026.07.2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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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영 질병관리청 과장
2년간 희귀질환관리과 이끌어
특수식 지원 등 성과…한성숙 총리도 "귀감 사례" 칭찬
결핵정책과로 자리 옮겨…"새로운 자리서도 환자 위해 노력"

지난 16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지영 결핵정책과장(前 희귀질환관리과장). /사진=홍효진 기자
지난 16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지영 결핵정책과장(前 희귀질환관리과장). /사진=홍효진 기자

희귀질환자에게 밥 한 끼는 곧 생존이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돼 단백질 등 성분을 조절한 특수식을 먹으며 질환을 평생 관리해야 한다. 공정이 까다로운 특수식은 비싼 원가와 적은 환자 규모 탓에 생산과 공급의 제약이 크다. 이에 일부 환자들은 몇 없는 시중 제품의 품절로 구입 경로가 막히거나, 웃돈을 얹고 사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간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를 이끈 김지영 과장은 이 같은 환자들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나선 장본인이다. 특수식 지원 민관 협력 강화를 주도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 7일 '제6회 적극행정 유공포상' 녹조근정훈장에 이어 113일 질병청 '특별성과포상금 수여식'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귀감이 되도록 널리 알려야 할 사례"라며 성과를 높이 샀다.

지난 16일 충북 오송 질병청사에서 만난 김 과장은 "희귀질환자에게 먹는 것은 식사를 넘어 치료의 개념"이라며 "환자를 위해 질병청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애 먹일 밥이 없어요"…질병청 움직인 '전화 한 통'
질병관리청·CJ제일제당·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희귀질환자 특수식 구매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현장. /사진=CJ제일제당
질병관리청·CJ제일제당·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희귀질환자 특수식 구매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현장. /사진=CJ제일제당

'저단백 즉석밥'(저단백밥) 공급 체계 구축은 김 과장이 이끈 대표적 성과다. 저단백밥은 단백질 함량을 일반 햇반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인 제품으로, 선천성 대사이상 희귀질환자에겐 중요한 특수식이다. 국내 유일한 생산처인 CJ제일제당은 연간 12만개를 만들어 판매한다. 보건복지부는 무상 지원 대상인 19세 미만 환자를 위해 매년 6~7만개를 선구매해 공급한다. 이외 잔여 물량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데, 중간 유통 등 과정에서 판매가가 최대 8배가량 오르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김 과장을 움직인 건 우연히 걸려 온 전화 한 통이었다. 지난 3월 초 선천성 대사이상 희귀병을 앓는 성인 자녀를 둔 한 어르신으로부터 온 민원이었다. 김 과장은 "저단백밥을 구매할 때마다 품절과 가격 불안정 등으로 고충이 크단 하소연이었다"며 "당시 전화를 받은 직원이 이를 놓치지 않고 전달해 준 것에서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실제 개당 1600~1700원이던 제품가는 일본 해외 직구로 5000원, 온라인에선 8000~1만3000원까지 뛰며 성인 환자들의 부담을 키웠다. 제품 개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품절도 잦았다.

김 과장은 이 같은 불공정 거래 상황을 CJ 측에 공유하며 생산량 확대를 위한 설득에 나섰다. 일반 햇반의 4~5시간가량 공정이 소요되는 저단백밥 생산량을 늘리는 건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CJ는 연간 10만개 추가 생산과 함께 자사 제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여 파는 행위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 강화도 약속했다.

질병청은 19세 이상 희귀질환 환자(페닐케톤뇨증 등 28개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라면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아니어도 누구나 온라인에서 저단백밥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김 과장은 "질병청 누리집 '희귀질환 헬프라인'을 통해 개당 1700원 일정 단가의 분기별 공급망을 만들었다"며 "구매 접근성을 개선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게"…당원병 환자 '특수전분' 지원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적극행정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김지영 질병관리청 결핵정책과장(前 희귀질환관리과장)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적극행정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김지영 질병관리청 결핵정책과장(前 희귀질환관리과장)에게 녹조근정훈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원병 환자를 위한 특수 옥수수 전분 '글리코세이드' 지원 사업도 주요 성과다. 당원병은 혈당 조절이 어려워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국내 환자 수는 370명(2025년 산정특례 등록 기준)으로 추산된다. 당원병 환자는 혈당 유지를 위해 옥수수 전분 복용이 필수다. 기존에도 일반 옥수수 전분에 대해선 특수식 구입비가 지원돼왔지만, 해외 제품 대비 혈당 유지 효과와 지속 시간이 짧아 환자들의 불편이 컸다. 실제 환자 부모들은 야간 저혈당을 방지하기 위해 새벽에도 3~4시간마다 자녀를 깨워 전분을 먹여야 했다.

7~8시간가량 혈당을 유지하는 특수 전분 글리코세이드는 해외에서 스포츠 의료 용품으로 분류된 품목이었다. 해외 직구 식품은 안전성 담보가 어려워 제도권 안으로 끌고 오기엔 한계가 있었다. 고민 끝에 김 과장은 관련 법률 자문과 의료계 및 관계부처와 협의 후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빠른 해결책을 찾았다. 당원병 환자가 6개월마다 전문의 처방을 받아 적정량의 글리코세이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9월 지원망을 본격화했다.

김 과장은 "특히 어린 환아들이 밤에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2년 전 희귀질환관리과에 올 때의 마음가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보자'는 의지로 임했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현재 추가 지원이 필요한 특수식 항목과 해외 사례 등 세부 실태를 조사 중이다. 국립보건연구원(NIH)과 협업, 내년 구축을 목표로 1389종 희귀질환별 생애주기 약물·부작용 종류 등 레지스트리(세부 정보 목록)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1일 결핵정책과로 발령받은 김 과장은 '결핵 완전 퇴치'란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 결핵 발생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위, 사망률은 3위로 발병 최상위권이다. 김 과장은 "국내 결핵 환자 수는 2011년 5만명에서 현재 1만7000명대로 내려왔지만, 과거 대비 연간 감소 폭이 줄면서 정체기를 겪고 있다"며 "결핵 발생률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새로운 자리에서도 환자들을 위한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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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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