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농작물 말라 죽어… 경제 악영향 우려

러시아에 수십년만의 가뭄이 찾아와 수확을 앞둔 곡물이 말라죽는 등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의 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대통령궁(크렘린)의 알렉산더 베드리츠키 기후담당수석은 13일 러시아가 38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베드리츠키는 인터뷰에서 "1972년 이후 이처럼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의 14개 지역에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주민 생활이 불편할 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적지 않다.
러시아에선 4800만헥타의 경작지 가운데 19%인 900만헥타의 곡물이 말라 죽는 피해를 입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인 만큼 올해 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러시아 농가에는 수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은행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도 더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는 연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며 낮 시간 대 업무 능률이 오르지 않아 일손을 놓는 기업도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불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말 러시아연방 남부 마리엘 공화국의 메드베데스프키 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1200헥타의 숲을 태웠고 1000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서식지를 잃었다. 당시 이 지역 기온은 섭씨 35도를 기록했다. 기온 자체보다는 날씨가 매우 건조했던 것이 대형 산불의 배경이다.
베드리츠키는 이번 가뭄이 세계적인 온난화에 따른 것이라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기후변화를 추적한 지 30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가뭄이 언제 다시 발생할지, 다시 온다면 1년 후일지 5년 후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자 이색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라디오방송 보이스오브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 공중보건 전문의인 겐나디 오니셴코는 남미처럼 점심시간 이후 낮잠시간, 이른바 '시에스타'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얼어붙은 땅'으로 알려진 러시아가 폭염 탓에 시에스타까지 도입해야 할 정도로 이상 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