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한 피폭국가이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항전을 지속하는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이어 나가사키에도 떨어졌다.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던 일본은 9일만인 15일 백기 투항하며 6년 넘게 끌었던 제 2차 세계대전도 끝났다. 그 덕에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
원폭의 폐해는 참담했다. 히로시마에서는 40만명 거주민중 1/4인 10만명이 즉사했다. 방사능에 피폭된 5만명이 1주일내 추가로 숨졌다. 조준을 벗어나 야산에 떨어진 나가사키에서는 2만명이 몰살했다. 세계는 처음 목도한 원자폭탄의 가공할 위력에 전율했다. 정작 폭탄을 투하한 미국도 놀랄 정도였다.
이후 양대 진영으로 갈라진 세계 질서를 지배한 것은 핵공포였다.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동서간 핵무장 경쟁이 고조되고 '공포의 균형'은 유지됐다.
이 가운데 일본의 선택은 의연했다. 최초의 피해국답게 핵의 평화적 이용에 앞장섰다. 잔해만 남은 원폭돔 주변으로 조성된 히로시마의 원폭 기념관 이름도 평화 공원이다. 1952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데스카 오사무의 만화 ‘아톰’도 이러한 메시지를 담았다.
소형 원자로로 가동되는 사이보그 아톰이 세상을 파괴하는 온갖 악을 물리치는 내용이다. 일국민이 사랑하는 대표 캐릭터의 이름이 아톰이라는 점에서 핵에 대한 일본인의 이중성이 엿보인다. 정작 미국시장에는 이름에 대한 거부감에 '애스트로 보이(Astro Boy)'로 수출돼 아톰은 우주소년이 됐다.
또 다른 대표 캐릭터인 건담도 원전을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다. 아무래도 기존 전기모터, 화석연료기관으로는 우주 공간을 넘나드는 추진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작가들의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일본인들의 바람은 실제 기술력에도 녹아들었다. (물론 큰 차이는 없지만) 미국 등이 살상력을 높이는 무기급 플라토늄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일본은 원전 개발 등 원자력 기술을 남다르게 발전시켰다. 이 결과 도시바가 원전에 있어 최고의 기술을 갖고 2차 전지 등 대체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력도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일본과 핵과의 악연이 또 시작된 것인지. 이럴때 아톰이 있었다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도 없었을텐데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