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우리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고급 주택가에 살며 좋은 차를 몰고 다닌다. 명품 브랜드의 의류와 구두를 애용하고 고급 시계를 찬다. 그들이 몸에 걸친 것을 모두 합하면 모르긴 몰라도 국민차 한 대값보다 훨씬 비쌀 것이다.
그들은 호텔 피트니스 센터의 회원권을 갖고 있으며 정기적인 운동으로 몸을 슬림(Slim)하게 관리한다. 그들은 호텔 식당가나 일반 사람들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미각과 시각과 후각을 애무하는 식사를 즐긴다. 주말에는 골프 라운딩을 하고 연휴나 휴가 때는 해외에 나가 고급 휴양지에서 품위 있는 휴식을 취한다.
그들은 돈이 많다. 그들의 인생은 멋지다. 그들은 '소 쿨(So Cool~)'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그들은 부자다.
그렇다. 그들은 부유하다. 하지만 부유한 노예다.
그들은 부유하긴 하지만 돈을 많이 받는 노예일 뿐이다. 그들의 인생은 고액 연봉에 담보 잡혀 있다. 그들의 손에는 '황금 수갑'이 채워져 있다. 그들은 세련되고 기품 있는 생활을 자랑하며 스스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품격 높은 라이프스타일은 그들 자신의 몸값을 담보로 한 노예생활의 대가일 뿐이다. 그들은 상류층의 노예다.
◆"고액 연봉? 좋아. 대신 황금 수갑을 채워주지"
말도 안 되는 소린 집어치우라고? 엄연한 현실인데도? 미국 자료이긴 하지만 증거도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배리 리트홀츠는 변호사, 금융가, 회계사, 의사, 엔지니어 등이 받는 "고액 연봉에는 더러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고용주는 장래가 유망한 직원들이 돈을 펑펑 쓰도록 격려"하며 "직원들이 레버리지를 높여 돈을 쓰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고용주는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한 똑똑하고 재능 있는 직원들이 돈을 펑펑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사는 비싼 동네에 집을 사도록 부추기고 기업 미팅에는 럭셔리한 자동차를 몰고 나가지 않으면 창피하게 느끼게 한다. 암묵적인 드레스 코드라는 것을 만들어 명품 브랜드를 입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는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기업의 문화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부럽기만 하다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 투자은행(IB), 법률회사, 회계법인, 대형 병원,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는 대기업 등은 탁월한 직원들에게 ‘황금 족쇄’를 채워놓는 것이 얼마나 유리하고 수익성 높은 사업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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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젊은 직원들은 고액 연봉으로 많은 수입이 생긴데다 주변의 돈 쓰는 분위기에 휩쓸려 씀씀이가 점점 더 커진다. 이들은 화려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늘리고 카드 사용액을 확대한다. 이렇게 과소비와 과잉 부채로 이들은 월급 노예가 되어 간다.
월급 노예들은 부채가 없는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 한다. 레버리지가 높은 이들 고액 연봉자들은 월급 수준은 더 낮지만 가족적이고 근무시간이 짧은 회사로 결코 옮길 수 없다. 이미 많이 쓰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용주가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고 소리칠 때까지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오래, 진이 빠질 때까지 일해야 한다. 이들의 고액 연봉은 자신의 시간을 온통 회사에 바친 결과다.
◆"상위 5% 고소득자, 저축률은 미국 꼴찌"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고소득자들이 소비의 노예가 되어 위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WSJ는 무디스 어낼리틱스 조사를 인용해 미국의 상위 5% 고소득자들이 미국 전체 소비 지출의 36%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소득자들이 돈을 많이 써주는 거야 고마운 일이다. 내수 발전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2008년 기준으로 평균 소득이 38만2000달러인 이들 상위 5%의 고소득자들이 미국에서 저축률이 가장 낮다는 점이다.
나머지 미국 국민들의 저축률은 8%인데 이들 상위 5% 고소득자의 저축률은 1.4%에 불과했다. 연간 3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은 하위 40% 저소득자의 5분의 1만큼도 저축을 하지 않았다.
고소득자의 손 큰 씀씀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스캔들'도 최근 화제였다. 미국 상류층 '마님'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 '뉴저지의 진짜 주부들(Real Housewives of New Jersey)'에 출연한 조 & 테레사 기디스 부부는 이 프로그램 시즌 2를 한창 찍고 있던 지난해 10월29일 1085만달러의 빚을 지고 파산을 신청했다.
하지한 파산을 신청한 전후로 찍은 프로그램에서 테레사는 딸들 옷값으로 1965.80달러를 쓰고 첫딸 지아에게는 9살 생일선물로는 너무 화려한, 소형 전지형 만능차(ATV)를 사줬다. 시즌 후반부에서는 이탈리아 베니스로 여행도 떠난다. 파산 신청으로 알거지가 될 위기에서도 사치스럽게 쓰는 습관은 버리지 못한다.
아마 이들의 직업이 궁금할 것이다. 남편 조는 석재를 취급한다. 조는 파산 신청 서류에 이 석재 사업으로 한달에 3250달러밖에 벌지 못한다고 기재했다.
◆매년 바뀌는 고소득자 명단, 고소득은 영원하지 않다
미국 국세청(IRS)이 매년 발표하는 고액 납세자 400명 명단은 매년 바뀐다. 이 명단이 발표된 1994년 이래로 매년 400명 가운데 27% 이상이 바뀌었다. 1994년 이후 이 명단에 매년 포함된 장기 고소득자는 단 4명에 불과하다.
연봉이든 임대 수입이든 금융 소득이든 최고의 소득을 장기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고소득에 맞춰 지출을 늘려가면 돈의 노예가 될 뿐이다.
갤럽이 50년간 150개국 이상 1500만명을 대상으로 행복을 결정 짓는 요소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웰빙 파인더’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단순한 소득의 많고 적음보다는 재정적 안정감, 즉 하고 싶은 일을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웰빙에 3배 높은 영향력을 미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돈만 갖고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소득이 줄어도 괜찮은지, 시간을 낼 수 있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르는 차이는 소득의 많고 적음을 넘어 소득에 상관없이 시간을 얼마나 마음대로 쓸 수 있느냐, 즉 마음과 시간의 자유를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다.
당신은 그래도 ‘황금 족쇄’를 차고 싶은지, 당신이 지금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이 빛나는 ‘황금 족쇄’를 차기 위함은 아닌지,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