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전체의석 500석중 264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160석에 그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의 집권 민주당은 민심이 드러난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이로써 태국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내전적 상황까지 치달으며 조기 총선일정을 이끌어낸 친(親)탁신계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하지만 승리의 도취도 잠시, 냉혹한 현실이 눈앞에 닥쳐있다. 그 하나는 경제적 파탄까지 우려되는 국민적 통합과 선거기간중 남발된 공약을 주워 담는 일이다. 원래 포퓰리즘 정책은 도시빈민과 농민을 중심으로한 탁신계(레드셔츠)의 전매였으나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옐로셔츠)도 선싱성 공약을 마구 뿌려댔다.
얼추 나온 공약만 보더라도 임금 인상, 세금 감면, 인프라 투자 증대 등 유권자의 귀를 솔깃할만한 내용은 총 망라됐다. 심지어 농민에게 신용카드를 지급하고, 학생들 100만명에게 태블릿PC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공약도 있다. 민주당이 2년내 최저 임금 25% 인상 공약을 내자 푸어타이당은 40%를 올리겠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급격한 임금 인상이 가격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명백하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률 4.2%로 지난 3년래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율이 공약이 실현될 경우 1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중국보다 싼 태국의 저임금 구조는 개선돼야할 여지가 많다.
일단 야당의 압도적 승리로 당초 우려되던 외국인들의 탈출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태국에게 큰 다행이다. 잉락이 후보자로 등장한 이후 정정불안 우려에 태국 증시에서 10억달러가 빠져나가는 외국인 러시가 일었지만 총선이후 첫 거래일인 4일 태국증시는 안정적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공약경쟁은 부채증가, 경제개혁 지연, 물가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프라산 트라이랏오라쿤 태국중앙은행 총재가 "선심성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기우만은 아니다. 또 탁신 전 총리의 귀국 등 충돌의 도화선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대립을 걷어내고 화합에 앞장서야 하는 정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안정 속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