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소녀의 죽음, 그리고 ‘우버 보험’의 탄생(下)

6세 소녀의 죽음, 그리고 ‘우버 보험’의 탄생(下)

실리콘밸리=황장석 저널리스트
2015.07.10 17:38

우버 보험법의 등장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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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의 비극은 결과적으로 우버 등의 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우버와 리프트 등의 TNC에 대해 행정부인 주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는 대신 합법화의 길을 터줬으니, 입법부인 주 의회로선 법적 공백부터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지난해 2월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인 민주당 소속 수잔 보닐라 의원이 우버 등의 영업과 관련된 교통사고 보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AB 2293이란 명칭의 이 법안은 주 의회 심사를 거쳐 지난해 9월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서명으로 법이 됐다. 그리고 9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달(7월 1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우버의 성장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처하고자 ‘우버 보험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등장한 셈이다.AB 2293 내용

우버 영업의 보험 공백을 없애자는 법

법의 취지는 ‘자가용으로 우버 영업(TNC 영업)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사고 피해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버 운전기사가 스마트폰 앱을 켜는(로그온 하는) 순간부터 끄는(로그오프 하는) 순간까지 일어나는 모든 교통사고에 대해 보험 공백이 없도록 한다는 뜻. 소피아의 사례가 보여주듯 우버 등의 영업과 관련된 교통사고에는 보험 사각지대가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승객의 승차 요청을 수락하는 순간부터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내려주는 순간까지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해선 우버 등의 회사보험(100만달러 규모)이 이미 적용돼 왔다. 어찌 보면 모든 사고에 있어 승객에게는 보험이 적용돼온 것이다.

하지만 소피아의 비극이 발생했던 시기, 즉 스마트폰 앱을 켰지만 아직 승차 요청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 아직까지 승차 요청을 수락하지 않은 시기에 사고가 날 경우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다. 승객이 없는 상황에서 승객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발생한 사고의 경우다. 법에서 이 시기에 사고가 나면, 자가용으로 택시 같은 영업(우버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기 때문에 운전자가 가입한 일반 보험으로 손해배상을 받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보험 약관에 그런 경우는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보험회사가 너그럽게 그런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주겠다고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자비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새 법에서는 ‘우버 등의 운전 사고에 대해 보험 적용을 한다는 부가 조항이 없는 한, 운전기사의 개인 보험은 우버 사고에 대해 보험 적용을 하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와는 달리 우버 공식 블로그를 보면, 우버는 이런 시기에 사고가 나도 운전기사 개인이 가입한 보험에서 대부분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돈을 줘야 할 보험업계에선 안 준다고 하는데, 우버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돈을 줄 거라고 얘기하는 셈이다.

미국 보험감독관협의회(NAIC)가 법을 만들고 정책을 실행하는 의회와 정부 관계자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는 ‘보험회사들이 일반 보험으로 하는 우버 영업’을 왜 문제 삼는 지의 근거가 정리돼 있다. 개인 용도로만 쓸 때보다 운행 거리가 길어지고, 주로 도심에서 승객을 태워야 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스마트폰 앱을 쳐다봐야 하니 주의력이 분산되는 등의 이유다.

<우버 블로그의 보험 관련 설명><미국 보험감독관협회의 관련 보고서>

우버 보험법=기존 보험에 10만달러 추가

하여튼 ‘우버 보험법’인 AB 2293의 핵심을 단순화하면 이렇다. 소피아의 비극이 발생한 시기에 사고가 나면 1)사망이나 부상은 건당 최고 10만달러(1인 최고 5만달러), 2)재산 피해는 최고 3만달러까지 지급하는 보험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 보험상품은 사고가 나면 최우선 책임을 지는 보험상품이어야 한다.

보험 가입의 의무는 일차적으로 운전기사에게 있다. 다만 회사는 운전기사가 가입한 보험이 어떤 이유에서든 효력이 없거나 잃었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백업용 보험 개념이다. 같은 수준의 보험을 적용한다는 전제 아래, 운전기사와 회사가 이 두 가지 방식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해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반드시 어느 한 보험은 이 시기의 사고에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측 추가 부담도 있다. 우버와 같은 회사는 이 보험 한도를 넘어서는 사고에 대해 추가로 20만달러까지 지원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법은 ‘승차 요청을 접수한 순간부터 승객을 내려줄 때까지’ 일어난 사고에 대해선 우버 등의 회사가 100만달러 보험을 제공하도록 했다. 우버, 리프트 같은 회사들이 이미 제공해 오고 있는 수준의 보험을 명문화한 것이다.

우버는 법안 심사가 이뤄지던 지난해 7월 소피아의 비극이 발생한 시기에 대해 새 법에서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14일 우버가 공식 블로그에 밝힌 내용을 보면, 우버는 소피아의 사고가 났던 시기에 대해1)사망이나 부상은 건당 최고 10만달러(1인 최고 5만달러), 2)재산 피해는 최고 2만5천달러까지 지급하는 보험을 제공한다. 또 각 주(state)와 지역별 법 규정에 맞게 추가적인 보험을 제공한다고 덧붙여 놨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선 7월부터 재산 피해도 건당 3만달러 보험을 적용한다. ‘운전기사가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을 때’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보험이다.

/사진=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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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로비, 75만달러를 10만달러로 깎다

그런데 당초 보닐라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한 법안엔 이 시기의 사고에 대비해 최소 75만달러 규모의 영업용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사망이나 부상, 재산 피해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해당 사고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최대 75만달러까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75만달러 규모의 보험 가입을 운전기사에게 요구하긴 힘들 테니, 원안에 들어있던 조항대로 법이 통과됐다면 우버 부담이 크게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B 2293 관련 논란을 다룬 산호세 머큐리뉴스 기사>

하지만 의회 심사 과정에서 우버 등의 거센 반발과 로비에 부딪히면서 해당 시기(소피아 사고 시기)에 대한 보험 금액이 크게 줄었다. 사망, 사고, 재산 피해 등의 경우에 상관없이 최대 75만달러까지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조항이, 사망이나 사고는 건당 최대 10만달러, 재산 피해에 대해선 최대 3만달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버는 법안을 낸 보닐라 의원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보닐라 의원을 비난하는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정치적 압박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 캘리포니아 주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데 47만5000달러를 썼다. ‘소피아 시기’에 대한 우버의 보험 책임이 75만달러에서 10만달러 이하로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부터 9월 중순 사이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 관련 기사>

우버 기사의 보험 책임은 강화되고

새 법은 우버 운전기사의 보험 책임을 강화했다. 우선 일반 보험으로는 우버 운전을 커버할 수 없다고 법으로 못을 박았다. 보험회사들이 기존에 없던 우버 운전용 보험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실제 그 같은 하이브리드 보험상품도 출시됐다. 이젠 우버 전용 보험상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할 수 없다는 얘기는 할 수 없다. 우버를 예로 들면, 운전기사나 회사 측은 이제 새 법에 따라 ‘소피아 시기’ 사고에 대해 1)운전기사가 우버용 보험에 가입하거나 2)운전기사가 가입한 우버용 보험의 효력이 없는 경우 등에 보험료를 지급하는, 회사 차원의 보험에 가입하거나3)이 두 가지 방식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대형 보험사인 파머스는 우버와 리프트 등 모든 TNC 서비스와 관련해 운전기사가 기존 보험료보다 8%를 더 부담하면 ‘소피아 시기’ 사고를 보험 처리해 주는 TNC운전기사용 상품을 5월 말부터 팔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소형 보험사인 메트로마일은 우버 전용 보험상품을 내놓았다.

<우버 보험의 등장을 다룬 현지언론 KQED 기사>

우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

캘리포니아에서 우버 승객에게 적용되는 보험은 택시 수준 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승객이 타고 있는 동안 일어난 사고에 대한 보험이 상당 수준(최대 100만달러)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택시는 보통 시(city)의 규제를 받는데, 각 시마다 요구하는 보험 수준은 다르지만 사고 시 최소 25만달러까지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돼 있다고 한다. 다만 우버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택시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택시 회사들이 승객이 타고 내리다가 빙판 길에 넘어져 다치거나, 택시기사에게 폭행을 당하는 경우 등에도 적용되는 추가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한다. 보험에 있어서 택시가 낫다는 주장이다.

<CNET의 관련 기사>

하지만 이제 적어도 (우버가 사업을 시작한) 캘리포니아에서 승객에 대한 보험 문제로 우버가 택시보다 못하다고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게 됐다. 새 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문제가 돼 온 ‘우버 앱을 켜놓았지만 아직 승차 요청을 받지 못해 대기하는 동안의 사고’의 경우에도, 운전기사가 가입한 우버용 보험에서 보험 적용을 받거나 그게 안 되면 회사가 가입한 같은 수준의 보험 적용을 받는다. 다만 100만달러 보험이 아니라 사망 사고 시 건당 10만달러(1인당 5만달러), 재산 피해에 대해 3만달러 보험이 적용된다.

‘낡은 택시’를 비집고 든 우버

우버는 사실 미국의 낡은 택시시스템의 빈틈을 노린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택시면허 제도 때문에 택시 숫자가 제한되고 택시업계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주요 도시마다 택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 왔던 탓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만 보더라도, 2014년 기준(SFMTA 통계) 택시면허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영업할 수 있는 일반 승용차 면허는 1870개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밴, 공항에서만 승객을 태울 수 있는 회사면허 등을 모두 포함해도 2310개. 결과적으로 최대 운행할 수 있는 택시 숫자가 2310대라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는 인구가 80만명이 넘고, 한 해 방문객이 1600만명이 넘는 도시다. 우버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식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우버 운전을 하는 인원은 2만2000명 규모. 아직 기업공개를 한 건 아니고 투자를 받는 단계에서 투자회사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금액이라고는 하지만, 회사 가치가 400억-500억달러에 이를 정도이니 급성장도 이런 급성장이 없을 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택시면허 관련 자료><우버 운전기사 규모 등을 다룬 기사>

/사진=우버
/사진=우버

대체 택시는 왜 규제하는가

그런데 우버에 대한 논란은 승객에 대한 보험 책임 강화만으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보험 문제는 우버 운행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물론 매우 중요한 하나이긴 하지만 말이다. 일단 많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민간 영역인 택시산업을 규제해 온 게 단순히 택시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때문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교통사고 시 피해자에게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불상사를 막아야 하고, (교통 체증과 직결된) 도로 여건을 감안해 택시 숫자를 조절해야 하며, 대체로 저소득층인 택시기사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수익성이 낮아도 보조금을 지급해가며 택시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적 배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그 동안 정부 차원에서 규제해온 공공 운송서비스를 시장에 개방하는 게 사회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판단하는 문제도 연결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택시기사들이 면허 없이 사실상 택시 영업을 한다며 우버 차량을 때려부수는 물리적 행동에 나서는 등 외신에선 우버에 대한 세계 곳곳의 저항이 연일 보도되고 있기도 하다.

우버 기사에 대한 보상은 적정한가

우버와 같은 회사가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에게 적정한 보상을 하는지의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우버는 승객이 지불하는 요금의 20% 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자기 차로 우버 영업을 하는 운전기사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승객을 알아서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자동차로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버는 운전기사가 승객으로부터 좋은 평점을 받지 못하면 퇴출하고 승차 요금을 책정하는 등 운전기사를 적지 않게 통제한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기사를 피고용인(employee)이 아니라 (회사와 1대 1 계약을 맺는) 독립된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 규정한다. 독립 계약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각종 사회보험이나 수당 등 피고용인이라면 제공해야 할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버 서비스에 없어선 안 되는 자동차는 바로 이 독립 계약자로 규정된 운전기사들이 제공한다. (소피아 시기 사고를 커버하는) 차량 보험료와 연료비, 유지비 등도 운전기사 부담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는 ‘우버 운전기사는 회사(우버)가 규정하는 대로 독립된 계약자가 아니라, 피고용인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비슷한 사안을 다루는 정식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우버가 사업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이번 판결에 비판적인 샌프란시스코의 기술기업 전문 변호사인 길 실버맨의 주장은 새겨 들을 대목이 있다. 그는 이번 노동위원회 판결과 관련해 우버가 앞으로 운전기사를 (피고용인으로) 채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달라질 게 있다면, ‘회사 대 운전기사 개인’이 계약하던 방식에서 ‘회사 대 (1인 직원) 회사’가 계약을 맺는 식으로 법률적 대처방식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회사 대 회사로서 계약을 맺으면 그뿐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노동위원회 판결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포브스에 실린 변호사 길 실버맨의 글>

다시 보험 얘기로 돌아온다. 소피아의 사고가 우버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아직 법적 논쟁의 대상이다. 스마트폰 우버 앱이 운전자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사고가 일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건, 소피아 가족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우버 책임을 물을 때 든 논거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우버라는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과 더불어 보험 사각지대 문제도 등장했고, 공교롭게 소피아 가족이 그런 보험 사각지대의 피해자가 됐다는 건 명확하다. 캘리포니아 보험국과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는 1일부터 발효된 ‘우버 보험법’이 우버와 같은 TNC 서비스의 사고 위험에 대해 적절한 보험을 제공하는지 공동으로 조사해 2017년 말까지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때 가서 보고서에 우버 보험법에 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길지, 어떤 허점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갈지는 시행 과정에서 점차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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