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에 비해 발전 느렸던 중국 내륙 중심…소비시장, 물류 강점에 자유무역구, 일대일로 등 정책 촉매

상주인구 수만 1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 중부 내륙의 거인 허난성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 내 31개 성시 중 '톱3'에 드는 인구와 내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에 자유무역실험구,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등 정책적인 촉매까지 더해지면서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 상하이 베이징 등 1선 도시들에 비해 경쟁이 적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후 중국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인구 1억' 부상하는 허난 경제…시장, 물류 강점에 육성정책 본격 가동 =지난 18일 오전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에 위치한 허난성 자유무역구 정저우 구역 종합서비스센터. 입주 등록과 상담 등 자유무역구와 관련된 업무를 보기 위한 기업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부상하는 허난성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난해 4월1일 공식 출범한 허난성 자유무역구는 정저우 구역(73.17㎢), 카이펑 구역(19.94㎢), 뤄양 구역(26.66㎢) 등 세 구역으로 나눠진다. 정저우 구역에만 지난 3월31일 현재 2만3741개 기업이 입주했다. 매일 평균 95개 기업이 입주한 셈이다. 입주 기업들은 등록 절차 간소화, 관세 면제, 자유로운 인력 및 자금 유출입 등의 혜택을 받는다.
'소림사'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진 허난성은 상주인구수가 9532만4200명(2016년 기준)으로 중국 중서부 지역 최대 경제권이다. 지난해 GDP(국내총생산)가 4조4988억1600만 위안으로 중국 31개 성시 중에 5위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경제성장률은 7.8%로 중국 전체 성장률을 6.9%를 앞선다.
인구수는 한국의 약 2배, 경제성장률은 약 2.5배다. 우수한 교통 인프라도 강점이다. 성도 정저우는 중국 전역으로 통하는 일반 열차와 고속철이 동시에 교차하는 유일한 더블크로스 도시다. 항공으로는 정저우에서 1시간30분이면 중국 전체 도시의 66%에 이르는 지역에 도달이 가능하다.
물류중심지답게 온프라인을 넘나드는 우수한 플랫폼도 갖췄다. 신정종합보세구, 허난보세물류센터, 수출가공구 등 수출입 시에 세제와 통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두루 포진해있다. 쉬핑 허난보세물류그룹 총재는 "국제무역의 세 분야인 국제운송, 포장 및 보관, 배달 중 국제운송에선 상하이나 광저우가 경쟁력이 있지만 포장 및 보관, 배달면에선 우리가 더 경쟁력이 있다"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포장 및 배달 등 비용은 상하이 광저우 대비 20%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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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저우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 중 육상 실크로드인‘일대’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동과 서를 잇고, 남과 북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물류 허브로서 이곳을 일대일로 사업의 견인차로 키운다는 게 중앙 정부와 성 정부의 목표다. 유럽으로 연결되는 물류 개척을 위해 정저우인터내셔널허브개발건설유한공사(ZIH)사는 정저우에서 독일 함부르크를 오가는 화물열차를 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 인프라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지정된 항공항경제실험구가 대표주자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지난 2011년 3월 이곳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스마트폰 관련 입주 기업만 188개사에 이른다.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된 휴대폰 생산량만 2억9900만 대로 전세계 휴대폰 생산량의 7분의 1을 차지했다. 아이폰만 놓고 보면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 밖에 세계 1위 버스 생산업체인 위퉁, 중국 최대 터널보링 머신(TBM) 생산업체인 중국철로공정장비그룹(CREG) 등도 정저우에 본사와 공장 둔 기업이다. 성 정부의 정책 의지도 강하다. 이달 16~20일에는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정저우 자유무역구, 항공항경제실험구, 위퉁, CREG, 허난보세그룹 등 주요 산업 시설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허난성 관계자는 "허난은 경제 발전에서 확고한 진전을 보고 있다"면서 "특히 '일대일로' 전략이 허난 경제에 강력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진출 미미…의료 등 서비스 산업, 소비재 수출 유망=한국 기업의 허난성 진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허난성 상무청 등록 기준으로는 311개사가 진출해 있지만 대기업은 CJ사료, 롯데칠성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영세한 기업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허난성에 거주하는 우리 재외국민 수도 700명에 불과했다. 이 중 유학생이 515명이다.
경제활동을 위해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인은 185명 이하라는 얘기다. 남부 연안으로 중국 3대 경제권에 속하는 광둥성의 경우 상주 인구수는 허난성에 비해 1400여만 명 많은 1억999만명이지만 우리 재외국민수는 5만3570만명으로 허난성의 77배다.
허난성 경제가 기지개를 펴면서 큰 시장과 물류 이점을 활용하려는 우리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 시장으로의 가능성이 크다. 1인당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기준으로 2만1700위안으로 중국 31개 성시 중 중하위권(24위)이지만 인구 밀집도가 워낙 높다. 성도인 정저우의 상주인구수가 972만4000명인 것을 비롯, 주민수가 500만 명 이상인 도시만 뤄양(680만1000명), 신양(644만3600명), 신샹(610만8200명) 상추이(728만1700명) 주마덴(614만4500명) 난양(863만4000명), 저우커우(884만700명) 등 8곳이나 된다.

허난성이 매년 개최하는 허난성 국제투자무역 박람회에 올해도 한국업체 55곳이 참여했다. 해외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다. 대부분이 화장품, 생활용품,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이다. 코트라 정저우 무역관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공동물류사업을 본격화해 우리 중소기업들의 상품 보관, 물류 배송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 생리대 업체 보람C&H 김정이 이사는 "상하이 등 1선 도시들은 이미 제품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시장이 크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데다 내륙 시장을 공략하는데도 유리한 점이 있어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J가 운영하는 뚜레주르가 이 곳에 진출한지 1,2년 만에 점포를 수십개로 늘린 것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코트라 정저우 무역관 관계자는 "산업으로 보면 성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의료, 애니메이션, 요식업 등 서비스업과 휴대폰 제조 관련 산업이 유망해 보인다"면서 "소비재 수출의 전진기지로서도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