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0년전 모습"에 긁혔나? 북한 돌연 단체관광객 입국불허

"중국 50년전 모습"에 긁혔나? 북한 돌연 단체관광객 입국불허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5.02.24 16:44

외화수입 절박한 북한, 5년 만에 재개키로 한 중국 단체관광객 입국불허...힘 겨루기

/사진=즈싱허이 홈체이지
/사진=즈싱허이 홈체이지

중단 5년여 만에 재개를 앞뒀던 중국인들의 북한 단체 관광이 북한 측의 돌연 입국 불허로 다시 무산됐다. 냉랭해진 북중관계가 아직 해동되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달라지는 동북아 정세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970~80년대 중국 모습을 보려면 북한에 가야 한다"는 중국 측 홍보가 북한을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50년 전 중국 보려면 북한으로"...원색적 무시냐
3일 오후 중국 도문 조중국경지대에서 바라본 두만강에서 북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도문(중국)=이기범 기자 leekb@
3일 오후 중국 도문 조중국경지대에서 바라본 두만강에서 북한 병사가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도문(중국)=이기범 기자 leekb@

24일 한중 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여행사 즈싱허이가 이날 출발하기로 했던 중국인 10여명의 3박4일 일정 북한 나선시 관광이 북측의 허가 지연으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비즈니스 등 목적 개별 중국인 입국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날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도 빗장을 풀 것으로 전해졌으나 일단 유보됐다.

즈싱허이에 따르면 해당 관광상품을 구입한 10여명의 중국인들은 북한 현지 관광 전용차량과 중국어 가이드가 제공된 가운데 김일성화·김정일화 온실, 미술 박물관, 나선학생소년궁, 부포오리목장, 굴포해수욕장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출발 직전 불허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여행사에 뚜렷한 불허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북한 측의 불허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즈싱허이 홈페이지에 4월로 예정된 '2025 평양마라톤대회' 등록 및 모집 광고가 그대로 게재돼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즈싱허이는 광고 설명에서 "조선(북한)에 대한 묘사는 항상 부정적이지만, 사실 조선 여행은 이상한 모험에 가까우며, 실상은 1970~80년대 중국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즈싱허이는 이날 무산된 단체관광 홍보에서도 "나선은 반쯤 열린 문처럼 문 밖엔 21세기의 소란스러움이 있지만 문 안에는 옛 시절의 그림자가 있다"며 "2025년에 시간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 몇 군데 없다"고 적었다. 북한이 중국의 50여년 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데, 듣기에 따라서는 북한 측이 매우 불쾌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다만 북한 당국의 돌연 관광 불허의 배경엔 보다 복잡한 외교적 변수들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북중 간 관광객 교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기간 차갑게 얼어붙은 북중관계가 가장 직접적으로 투영되는 갈등 요소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라앉고 폐쇄된 국경을 넘어 북한 측이 관광객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국이 이를 막았었다.

"관광객 보내줘" 할땐 무시했던 중...트럼프 당선 후 입장 달라져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러시아 국경일인 '조국수호자의 날'(2월 23일)을 맞아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이 지난 23일 해방탑에 화환을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러시아 국경일인 '조국수호자의 날'(2월 23일)을 맞아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직원들이 지난 23일 해방탑에 화환을 진정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중국의 관광불허는 북한 입장에선 북한 고사작전의 일환이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 데이터를 분석해, 중국의 상반기 대 북한 쌀 수출이 전년 동기의 10.7%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밀가루 수출은 23% 수준, 옥수수와 질소비료 수출은 각각 1.3, 0.3%로 줄어 사실상 원천중단됐다.

사실상 중국의 식량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북한으로서는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중국 당국은 또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비자연장을 거부하고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밀수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북한의 외화공급망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며 역시 북한엔 심각한 타격이었다. 중국이 2019년 30만명가량으로 집계된 북한행 관광객을 틀어막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중국의 이런 조치는 북한에 대한 길들이기로 해석됐다. 김정은 정권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표출하며 중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여기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하며 중국으로부터 돌아선 게 결정타가 됐다. 중국은 김정은과 시진핑의 발자국이 새겨진 다롄의 동판을 작년 철거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해에 일어난 일이었다.

관광 재개 문제도 따지고 보면 이때부터 공방이 시작됐었다. 외화벌이에 절박한 북한으로선 중국인 관광객 연 30만명은 목숨줄이나 다름없다.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관광 재개를 요청했지만 지난해부터 관광객을 보내기 시작한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보건상 이유를 대며 관광 재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중국 측도 북한과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과 미국이 여차하면 직접 거래에 나설 수 있어서다. 중국의 입장이 모호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뒤늦게 지난달부터 중국인 개인의 북한 비즈니스 및 관광 입국을 시작했다. 오늘 단체관광객까지 보내려 했지만 북한의 거부로 다시 '밀당'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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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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