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깨워주세요"… '-10도' 히말라야에서 시신 지킨 반려견의 96시간

"주인 깨워주세요"… '-10도' 히말라야에서 시신 지킨 반려견의 96시간

김평화 기자
2026.01.31 22:40
히말라야에서 사망한 주인을 지킨 핏불/캡쳐=인도 NDTV
히말라야에서 사망한 주인을 지킨 핏불/캡쳐=인도 NDTV

인도 히말라야의 만년설은 차가웠지만 한 생명의 온기는 뜨거웠다. 기습적인 폭설로 목숨을 잃은 10대 소년 곁에서 나흘 밤낮을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킨 반려견 '셰루(Sherru)'의 사연이 화제다.

인도 현지 매체 NDTV와 The Times of India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 샴바(Chamba) 지역에 사는 비크시트 라나(19)는 사촌 동생 피유시(14), 18개월 된 반려견 핏불테리어 '셰루'와 함께 집을 나섰다. SNS에 올릴 히말라야의 풍경을 촬영하기 위해 해발 2700m가 넘는 조트(Jhot) 패스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산의 날씨는 자비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기습 폭설과 함께 시야가 차단됐다. 기온은 순식간에 영하 10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지 수 시간이 지나도록 소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현지 경찰과 구조대가 투입됐지만 90cm 넘게 쌓인 눈과 계속되는 눈보라로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그렇게 4일(약 96시간)이 흘렀다. 지난 26일 오전 수색대원들은 눈으로 뒤덮인 숲 한복판에서 미세한 동물의 울음소리를 포착했다.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실종됐던 두 소년이 차갑게 식은 채 누워 있었다. 바로 옆에는 털이 얼음 덩어리로 변해버린 셰루가 주인의 시신을 감싸듯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셰루는 4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구조대가 시신에 접근하자 으르렁거리며 시신들을 지켰다. 셰루는 30분 동안 구조 대원들의 접근을 막아섰다. 구조대원이 음식을 던져주며 달래보려 했지만, 셰루는 음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주인의 손과 얼굴을 핥으며 깨우려 애썼다. 결국 마을 주민 중 셰루와 안면이 있던 사람이 현장에 도착해 셰루를 안심시키고 나서야 시신 수습이 시작될 수 있었다.

셰루가 주인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시신 위를 덮고 있었던 흔적이 발견됐다. 소년들은 끝내 숨을 거뒀지만, 셰루의 끈질긴 지킴 덕분에 시신이 야생동물에게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현재 셰루는 비크시트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인도돼 건강을 회복 중이다. 인도 누리꾼들은 셰루에게 '히말라야의 충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숨진 비크시트의 아버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셰루는 단순히 개가 아니다"라며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준 유일한 목격자이자, 우리 아들이 남긴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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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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