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현금 고갈'로 하마스 자금 창출 막으려는 의도"…
"가자-서안 경제 분리, 팔레스타인 독립국 설립 차질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평화위원회가 미국 달러와 같은 주요 통화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을 가자지구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방안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시행 방식 등 세부 사항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해당 방안은 2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전쟁으로 경제 활동이 무너지고, 전통적인 은행·결제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된 가자지구 미래 청사진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가자지구에 도입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에 연동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자 코인'이나 새로운 팔레스타인 통화가 아닌 가자지구 주민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활용을 지지해 왔다.
FT는 "가자지구 내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현재 평화위원회에서 무보수 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이스라엘 예비군 출신이자 기술 기업가인 리란 탕크만이 주도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에 도입될)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체계와 접근 방식은 평화위원회와 가자행정국가위원회(NCAG)가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탕크만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회의에서 NCAG가 "전자결제, 금융서비스, 의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개방형 플랫폼이자 안전한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평화위원회의 가자지구 내 스테이블코인 도입 검토는 하마스의 돈줄을 막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 한 관계자는 FT에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하마스가 어떤 수익도 창출할 수 없도록 가자지구에서 현금을 말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익명으로 이뤄지지만 추적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통화당국(PMA)의 통제 없이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경제가 영구적으로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 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양쪽 지역 사이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없어서 가자지구가 고립된 경제권이 된다면 두 지역 사이의 경제적 유대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가자지구, 서안지구 등 팔레스타인 지역의 공식 통화는 이스라엘 셰켈화다. 그러나 2023년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내 현금이 하마스의 전쟁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가자지구로의 셰켈화 유입을 차단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대부분 파괴되거나 운영이 중단돼 가자지구 내 셰켈화 현금은 고갈됐다. 현금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대부분 온라인 결제를 이용했고, 훼손된 화폐를 색연필과 풀로 복원해 주는 기술자들까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