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에만 5만명 몰려
스페인-아르헨 팬 '어깨동무'
"평생 잊지 못할 축제의 현장"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9일 오후(현지시간) '세계의 교차로'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는 거대한 축구장으로 변했다. 센트럴파크와 타임스스퀘어, 록펠러센터 탑오브더락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축구 팬들의 함성과 탄식으로 가득 찼다. 승패와 관계없이 서로를 다독이는 축구 팬들의 모습은 경기 자체보다 묵직한 감동을 줬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타임스스퀘어 광장은 아르헨티나의 상징인 하늘색과 하얀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인파로 물들었다. 광장 전광판에는 축구 통계 전문매체의 우승 확률이 시시각각 표출되며 긴장감을 더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2연패 가능성을 점친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 사이트의 예측 확률은 28%. 스페인(43%)에 크게 뒤처져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출신 산티아고 페레스(34)는 "확률은 숫자에 불과하다"며 "우리에겐 리오넬 메시가 있고 지난 대회 챔피언의 저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동료 역시 "칼시의 예측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오늘 뉴욕은 하늘색 물결로 물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센트럴파크에서도 대규모 야외 단체 응원 행사가 열렸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뉴욕·뉴저지 월드컵 조직위원회, 글로벌 시티즌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5만명의 인파가 잔디광장을 메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스페인의 강렬한 붉은색 유니폼과 아르헨티나의 하늘색 물결이 뒤섞인 현장은 그 자체로 지구촌의 축소판이었다.
경기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전·후반 90분 동안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맨해튼 최고층 전망대인 록펠러센터 '탑오브더락'에 모인 팬들의 눈동자도 요동쳤다. 뉴욕의 미려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대형 스크린을 응시하던 이들의 비명과 환호가 맨해튼 상공에 울려 퍼졌다.



승부의 추가 기운 건 연장 후반이었다. 스페인의 교체 멤버 페란 토레스가 연장 후반 106분 아르헨티나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흘러나온 공을 극적인 결승골로 연결하는 순간 맨해튼 전역의 응원단의 명암이 갈렸다. 스페인 응원단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에스파냐!"를 연호했고 리오넬 메시와 함께 월드컵 연패를 노리던 아르헨티나 팬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스페인 관광객 마리아 고메스(28)는 "연장 후반 막판이라 승부차기까지 갈 줄 알았는데 골이 터지는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며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결승전 표를 구하지 못해 탑오브더락에 왔는데 여기에서 고국의 월드컵 우승을 목격하다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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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풍경은 승패를 넘어선 울림을 줬다. 패배의 아쉬움에 망연자실한 아르헨티나 팬들에게 스페인 팬들이 먼저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를 건넸다. 이들은 언제 으르렁거렸냐는 듯 서로의 국기를 맞대고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다.
스페인 팬의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던 아르헨티나 응원단 하비에르 실바(35)는 "메시의 '라스트 탱고'가 우승으로 끝나지 못해 가슴이 아프지만 뉴욕 한복판에서 전 세계 축구 팬들과 이 열기를 함께 호흡한 것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을 기억"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뉴욕 시민 데이비드 밀러(42)는 "국적과 인종,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경기가 끝난 뒤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에 뭉클했다"며 "이런 장면이야말로 전 세계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스포츠의 힘이자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