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자급 못하면 적들이 악용" 美 반도체·방산 인재 직접 키운다

"공급망 자급 못하면 적들이 악용" 美 반도체·방산 인재 직접 키운다

김종훈 기자
2026.09.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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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첨단산업 인프라 유치해도 인력 없으면…인재 직접 양성 프로그램 가동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첨단 산업 인력 양성 프로그램 '파운드리 스쿨' 발족식 연설을 진행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첨단 산업 인력 양성 프로그램 '파운드리 스쿨' 발족식 연설을 진행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미국이 첨단 기술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 '팍스 실리카'(Pax Silica) 실현을 위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 '파운드리 스쿨'(Foundry School)을 3일(현지시간) 발족했다. 첨단 산업 분야 인력 부족은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정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한국·일본·대만 전문가, 미국 대학서 가르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워싱턴 소재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8개 주요 미국 대학 총장 및 산업계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운드리 스쿨 출범식을 열었다.

파운드리 스쿨은 정부와 대학, 첨단 산업 기업 등 세 축이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스탠퍼드대를 포함, △애리조나주립대 △조지아텍 △오하이오주립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밴더빌트대 △캔자스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등 8개 대학이 참여한다. 대학들은 현장 수요를 반영한 커리큘럼을 공동 설계하고,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한다.

미 국무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등 팍스 실리카 참여국 기업 CEO(최고경영자)들 중에서 선발된 리더들이 이들 대학 캠퍼스를 돌며 강단에 설 계획이다. 해묵은 문제인 미국 첨단 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다. 강단에 설 CEO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수년간 산업과 제조업에서 미국이 충분한 자급력을 갖추지 못하면 적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를 훨씬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이를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을 재산업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번 정책은 단순한 경제적 활력 때문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 우리의 국가 안보와 번영하는 국가로서의 생존 자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첨단 분야 인재양성에 소홀했다는 듯 "우리는 그러한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반도체·방산·조선 등 전문인력 부족

반도체 산업의 경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정된 3900억달러(527조원)어치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면 18만900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현재 인력 추세대로라면 최대 15만7000명이 공석으로 남는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미 국립과학재단(NSF), 컨설팅사 맥킨지가 지난 7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제시된 분석이다.

반도체 인력은 오히려 줄고 있다. 우주항공·방산·제조업 분야 전문인력 컨설팅 기업 암텍의 지난 5월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인력은 2023년 40만1000명에서 지난 3월 36만8400명으로 감소했다. 암텍은 "단순 인력 부족이 아니라 적절한 기술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며 "(이런 인력은) 빠르게 만들어질 수 없다. 임금 인상만으로는 이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인력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인재 이탈이다. SEMI·NSF·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학 졸업생 가운데 반도체 산업 진입 비율은 3% 안팎에 불과하다. 대부분 더 높은 보수와 경력을 좇아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로 발길을 돌린다. AI 발전으로 공장이 자동화된다고 해도, 공장 설계와 장비 유지 보수에 필요한 숙련 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방산업계 사정도 다르지 않다. 미 해군의 경우 잠수함 발주 후 예산, 자재까지 확보했음에도 기술자가 없어 잠수함을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에 투입될 정도의 전문 용접 인력이 없는 게 지적된다. 이 정도의 숙련공을 길러내려면 십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컨설팅사 EY의 분석에 따르면 잠수함 산업 기반에서만 향후 10년간 10만명의 숙련공을 추가 채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의 인프라 유치 욕심, 인재부족에 소송까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방산 분야 제조 설비를 미국에 건설하라며 세계 동맹과 기업들을 압박 중이다. 그러나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인프라 유치는 생각지 못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 잘 보여 주는 곳이 대만 TSMC의 애리조나 공장이다.

TSMC는 지난해부터 애리조나에 총 2650억달러(358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설비를 대거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 공장 프로젝트는 연방정부 주도 사업이라 업계 평균 이상의 임금과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숙련공 인력이 대거 몰려 다른 현장에서 일할 일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 공장이 위치한 피닉스 소재 인력중개업체 360엑스스태핑은 지난 3월 "애리조나는 제한된 숙련공 인력 풀을 두고 전국과 경쟁 중"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인력을 외국에서 데려다 쓰기도 쉽지 않다. TSMC는 2020년 애리조나 공장 건설 당시 대만에서 숙련공 1000명을 파견했다. 완공 후 2024년까지 공장 인력 절반 남짓이 대만인이었는데,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일부 전·현직 직원들은 회사가 대만인을 우대하고 현지인을 차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도 문제다. 특히 지난해 9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 주 현대차(383,500원 0%)·LG에너지솔루션(358,500원 ▼7,000 -1.92%) 배터리 합작 공장 현장을 급습, 475명을 체포한 사건은 미국 파견 근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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