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비아반도 동쪽 페르시아만 연안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간헐적인 충돌이라는 형태로 전쟁의 불씨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이 아라비아반도의 도시와 기반시설에 쏟아졌고, 반도의 경제적 생명줄인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운송도 계속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싸움이 실제 맹렬하게 벌어지는 곳은 아라비아반도의 서쪽과 남쪽, 홍해와 아덴만 연안 국가들에서이다.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면서 홍해의 선박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터미널 및 공항에 로켓 공격을 가하고 있다. 홍해 건너편 수단에서는 내전으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전체 인구 5000만 명 가운데 약 1100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더 남쪽의 에티오피아에서는 또 다른 내전이 지역 전체의 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리트레아의 군대가 전투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들은 다시 리비아와 소말리아 등 인접 국가들의 분열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넓은 지역은 광대한 파괴의 현장이다. 파괴와 살상의 규모는 이란과의 전쟁은 물론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훨씬 능가한다.
아라비아반도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이란과 싸우게 되면 자신들이 십자포화에 휘말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며, 그 우려는 옳았다. 그러나 두 나라는 남쪽과 서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진정시키려 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쟁에 개입해 서로 다른 파벌을 지원하고 있다. 놀랍게도 두 나라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비슷한데도 사우디와 UAE는 때때로 같은 분쟁에서 서로 대립하는 세력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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