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나치게 평등에 얽매여..중요한 현안들 표류는 아쉬워
2차 세계대전 때의 일이다. 독일 공군이 영국을 공격했을 때 영국공군(RAF)은 맞서 싸울 전투기가 충분하지 못했다. 싸워 이기려면 영국 전투기 1대당 2대의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켜야 했지만 그런 승리를 이끌만한 조종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RAF는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900여명의 조종사를 3등급을 나누었다. 비행 편대를 지휘해 승리할 수 있는 A급과 중간단계의 B급 및 전투능력이 떨어지는 C급이 그것이다. RAF는 A급과 B급으로 편대를 구성해 전투에 나서게 하고 C급에 대해선 조종간을 잡지 못하게 했다. 조종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경험 없는 C급을 출격시켰다가는 오히려 아군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신 C급에 대해 한 달 동안 지옥훈련을 시켜 B급 및 A급으로 만든 뒤 실전에 투입했다.
능력 차이를 인정한 이런 차별화 전략으로 RAF는 “인류 전투에서 이처럼 많은 수가 적은 수에게 패배한 적이 없었다”(윈스턴 처칠)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50여년 전 RAF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차별화의 위력은 정보-지식사회인 21세기에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과 정보기술(IT, 특히 인터넷)의 발전으로 틈새는 갈수록 줄어들고 전 세계의 초우량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차별화와 선택 및 집중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철의 법칙’이 되고 있다.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짓는 전쟁터는 수출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 내수기업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식회사 대한민국에서는 차별화보다는 균등, 나아가 평등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 세계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대’기업에 대해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의 멍에를 지우고, 수학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학생을 ‘전인교육’이란 틀에 가둬 보통사람으로 떨어뜨리며, 회사 성장을 좌우할 정도의 인재를 연공서열의 함정에 빠뜨려 떠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두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어리석은 짓인데도, 여론을 내세워 버젓이 벌어진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지방정부 IR'에서 “특혜를 주되 먹지는 마라!”고 밝혔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및 기업체 사장 등이 200명 가량 모인 자리에서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투자가 많이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규제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꼭 필요한 투자라면 특혜를 주어서라도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되 그 대가로 뇌물을 챙기지 않으면 괜찮다”는 메시지였다.
집단이기주의와 여론정치에 떠밀려 중요한 현안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때에, 손 지사의 이런 발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삼성이나 현대 등 대기업에 대한 특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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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 중의 하나다. 일자리는 개인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한국을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다.
일자리 만드는 데 경쟁력이 있는 사람은 기업인이다. 기업인에 대한 판단의 잣대는 일자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일 터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저지른 잘못이 있더라도 큰 것을 위해선 작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