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부터 한·미 FTA 1차 본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와 관련 산업계 논리를 중심으로 한 찬반논의는 식을줄 모른다. 그런데 정작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수혜자인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총수출입물량의 15% 내외를 미국과 교역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중국·인도 등 신흥대국의 추격을 받아 미국시장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FTA는 ‘안정적이고 거대한 시장 확보’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수출시장의 확보라는 산업적 측면 외에 소리 없는 다수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개발연대의 높은 수입 장벽은 국내 산업기반을 탄탄히 하는데 일정한 몫을 했다고 본다. 성장중심의 논리로부터 소비자후생의 일부 희생은 정당화되었다. 압축 성장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던 소비자후생의 문제가 이제는 활발한 논의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시장에서 소비자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개방과 경쟁이다. 다만 우리 경제가 개방과 경쟁에 충분한 적응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쟁력이 취약한 상품이나 서비스 앞에서 소비자들은 말없이 인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소비자들은 무작정 인내하지 않고 새로운 소비시장을 찾고 있다. 그 결과 해외 소비성지출이 매년 크게 증가되고 있다.
한·미 FTA는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실질구매력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지갑의 두께는 달라지지 않지만 장바구니의 무게는 무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경쟁적 시장에서 소수 기업이 향유하던 이익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이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시장에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중장기적인 소비자 후생증대 효과는 단기적인 장바구니 무게 증가효과보다 훨씬 클 것이다. KIEP의 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로 우리나라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가격인하 등에 따른 소비자 후생수준은 7%(281억불)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무차별 진입으로 국내 산업에 미치게 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시장에 진입했던 해외 자본과 기업의 사례를 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월마트나 까르푸가 한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철수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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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소비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과의 자유무역은 우리의 소비자보호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유무역 과정에서 상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선진 시스템도 동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경을 초월한 거래 증가로 소비자 분쟁사례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미 협상이 시작되고 있는 마당에 마냥 산업계 논리를 중심으로 한 찬·반논의에 매몰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소비자후생 측면도 고려하여 협상 과정과 결과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