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자위의 씁쓸한 '관료주의'

[기자수첩] 공자위의 씁쓸한 '관료주의'

오상헌 기자
2006.06.21 06:40

"보안 유지상 심의 안건을 즉석 상정했지만 국민적 관심이 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돌연 연기하면서 밝힌 변이다. 얼핏 대우건설 인수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로 들린다.

물론 대우건설 인수전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에서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 기업의 새주인을 가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보류하게 된 진짜 이유는 '보안유지상 심의 안건을 즉석 상정했지만'이라는 부분에 숨어 있다. 신중히 결정돼야 할 사안임에도 즉석 상정으로 졸속 심의에 부쳤다가 공자위 민간위원들의 반발로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공자위가 애써 표현을 다듬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공자위 매각심사소위원회 민간위원들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거수기' 역할을 거부하며 졸속 심의를 문제삼고 나섰다. 단 한 차례, 2~3시간 회의만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절차적 오류를 지적했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오는 22일 오후로 미뤄지는 곡절을 낳았다.

대우건설 인수전은 숨가쁘게 진행돼 온 지난 6개월간 '바람 잘 날 없는 나무'와 닮은 꼴이었다. 각종 특혜시비로 얼룩졌고 '보안유지상'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입찰 정보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공자위의 불투명한 매각작업 진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숙한 관리 탓이 가장 컸다. 여론의 뭇매도 숱하게 맞았다. 공자위는 특히 1급 기밀인 입찰가 유출 파문에 침묵으로 일관, 특혜시비 확산을 자초하기도 했다.

입찰가격 유출로 보안이 뚫린 데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공자위가 '보안유지'를 들먹이며 '즉석 상정'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는 모습은 역설적이다.

공자위 업무의 투명한 감시를 위해 존재하는 민간위원들을 '형식적인 존재'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 드러냈다. 과거의 관료주의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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