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외환銀 헐값매각' 정답은…

[광화문]'외환銀 헐값매각' 정답은…

홍찬선 기자
2006.06.22 08:17

벼락 맞은 사람이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강한 충격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호흡과 심장박동이 멎어 죽을 고비를 맞지만 재빨리 심폐소생(CPR)을 하면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심폐소생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이 CPR을 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갈비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 그대로 놔뒀으면 죽었을 사람을 CPR로 살렸지만 갈비뼈가 뿌러졌을 때, CPR 한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당연히 칭찬해야 할 듯 하지만, 갈비뼈 부러진 것에 책임 묻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제일은행을 굳이 뉴브리지캐피탈에 ‘헐값’으로 팔아야 했나. ‘대우채’가 편입된 펀드를 3개월 안에 환매하면 50%만 내주고, 6개월 이후에 환매하면 95%를 보장해준 것은 시장경제를 부정한 것 아닌가. 하이닉스나 현대건설 채권은행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출자전환할 때 일부 은행이 대출금의 20~30%만 현금을 받고 빠진 것은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나 등등….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살림’을 칭찬하기보다는 ‘뿌러짐’을 탓한다.

‘독일 월드컵’으로 한반도가 붉은 물결로 뒤덮이고 있는 2006년 6월,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에 쏠려 있는 동안,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3년전에 이뤄진 일에 대해 감사원과 재정경제부(및 금융감독위원회)가 볼썽 사납게 다투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똑같은 정부, 그것도 힘 있는 정부가 대립하고 있으니 의아하고 한심하다.

두 부처의 주장은 매우 복잡하지만 단순화하면 ‘당시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재경부)와 ‘상황이 어렵다는 핑계로 로비를 받아 숫자를 조작하면서 론스타에게 싸게 팔았으니 지금이라도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감사원)는 것이다.

누가 옳은지를 가리는 것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검찰이 시원스럽게 정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환란청문회’가 열리고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모든 경제활동은 비용이 따른다. 자원이 희소한 상태에서(Scarcity) 우선순위를 정해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Choice) 다른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비용(Opportunity Cost)이 발생하는 것이다. 밤새워 한-스위스 경기를 보면, 이튿날 오전 할일을 못하고 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선택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그리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 한-프랑스 경기에서 이운재 골키퍼가 손으로 쳐낸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않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대표적인 예다. 그 장면을 잡은 카메라의 각도와 자기가 처한 상황(한국 사람이냐 프랑스 인이냐 등)에 따라 골과 노골로 극명하게 갈린다.

제3자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가야 골’이라며 공식적 판단기준(Rule of Game)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수천만 명이 동시에 본 상황에 대한 판단마저 이럴진대, ‘외환은행 매각’처럼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는 사안에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시간이 흘러 상황이 완전히 바뀐 상태에서 과거의 일을 현재 잣대로 재단하려고 할 때는 더욱 복잡하고 황당해진다. 미래는 단 1초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오죽하면 경제 예측은 앞과 옆 유리는 까맣게 칠하고 뒤 유리만 보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과거는 정확하게 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뒤 많은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사후과잉확신(Hindsight Bias? 後見之明)이라고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외환은행 매각의 실무책임자였던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는 사복(私腹)을 채우기 위해 공리(公利)를 팔아먹을 사람이 아니다.

능력과 소신 있는 공무원은 중간에 도태되고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은 고위직까지 오른다고 한다. 과거의 일을 현재 잣대로 재단하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소신껏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인재를 키우고 얻기는 쉽지 않지만 망가뜨리고 잃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답 찾기가 불가능한 과거 일에 얽매이는 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기회비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특혜를 주되 먹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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