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잡은 물고기엔 먹이 주지않는다?

[기자수첩]잡은 물고기엔 먹이 주지않는다?

김성호 기자
2006.06.29 21:41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양하는 인천 영종도. 이곳에서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해 대토론회가 열렸다. 정관계 인사와 증권 및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5시간 넘게 이어졌다.

더욱이 이날 자본시장통합법이 마침내 입법예고 됨에 따라 토론회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토론회에는 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비롯해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 몇몇 국회의원들이 참석했으며, 30여명 이상의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이 참석했다. 오후 2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됐지만 각 인사들은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토론회를 준비했다.

첫 주제발표 및 토론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강형철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조성훈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토론자의 진지한 모습과 사회를 맡은 박상용 연세대학교 교수의 능숙한 진행으로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언제 간지 모르게 흘러갔다.

10분간의 휴식. 두번째 주제발표 및 토론을 앞두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다음 자리로 돌아오자 회의장은 냉냉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아직 자리에 못 돌아왔겠거니 생각했으나 두번째 토론회가 시작한 후 한참이 지나도 자리는 채워질지 몰랐다. 마지막 토론회가 열리기 직전 분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토론회 시작전에 나눠진 좌석 배치도를 살펴봤다. 도대체 누가 토론회 중간에 자리를 떠났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조금은 예상했지만 빈 자리의 주인은 대부분 증권사 CEO였다. 이날 12개 증권사 사장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증권사 CEO는 마지막 토론자였던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과 남영우 NH투자증권 사장 뿐이었다. 반면 자산운용사 CEO들은 대다수 자리에 남아 있었을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토론회에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작년에도 영종도에서 자본시장통합법과 관련된 토론회가 있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증권사 CEO들은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업계 관계자 또는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며 새롭게 도입되는 법률에 대해 이런전런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1년이 지난 지금 자본시장통합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이제는 입법예고까지 돼 2008년 시행만 남겨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사 CEO들이 토론회 중간에 자리를 비웠다는 것을 지적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토론회 내용자체가 과거와 크게 다를 것이 없고 정말 피치못해 자리를 떠야만 했던 CEO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이 단순히 업자의 영리를 위한 법률이 아닌 우리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이끌 중요한 법률이라는 점, 그리고 그 주체가 증권사라는 점을 놓고 볼 때 과연 이보다 더 급한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혹시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더이상 이와 같은 토론회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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