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알맹이' 없던 국회 업무보고

[기자수첩]'알맹이' 없던 국회 업무보고

임동욱 기자
2006.07.03 09:49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28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다음날 예정된 임시국회 재경경제위원회에서 보고할 '업무현황' 보고서를 보냈다. 물론 다음날 오후 3시 이후 취급해 달라는 '엠바고'에 대한 부탁도 빼놓지 않았다.

참고자료를 포함해 총 22쪽 분량의 이 보고서를 살펴보던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2쪽 분량의 '주요 현황상황'. 수출입은행은 이 부분을 통해 우리기업의 지속적인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은 자국의 자본재, 첨단기술산업 등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요자금(수출금융)의 대부분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반면 한국 수출입은행의 재정지원 비중은 26.1%에 불과하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지난해 말 현재 기금승인액이 조성액을 약 6000억원 이상 초과한 상태다. 따라서 만약 2007년 이후 신규 재정출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출입은행은 2008년부터 재원부족으로 개도국에게 약속한 사업의 정상적인 집행이 곤란하고 신규사업 추진 역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29일 오후 열린 재경위 업무보고에서 신동규 수출입은행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이 내용은 빼고 보고했다. 시간 관계상 중요한 내용만 구두로 보고하기 위해서라는 것.

기자로서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 안돼 전화기를 들었다.

"지금껏 몇번이나 그 사안에 대해 요청해도 늘 돌아오는 답변이 '예산이 충분치 못하다'는 것 뿐이어서 행장님이 오늘 아예 말씀을 하지 않으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는 지난 2월 국정브리핑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은 21세기 눈에 보이지 않는 '초고속인프라'이며 수출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시 '수출'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WTO체제 하에서 유일하게 인정되는 수출보조금을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4시간 동안 계속된 업무보고장에서 의원들은 국책은행들을 따끔하게 질책했지만 '수출지원'이란 단어는 한번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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