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산업이 엄청난 성장을 해 왔지만 일부 잘못된 관행과 부정, 비리가 여전하다. 건설인 스스로 대대적인 자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 2월 28일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근처 한 호텔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정기총회 현장. 권홍사 회장은 투명ㆍ윤리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건설업체 대표들은 투명유리로 만든 '윤리경영 실천 약속의 함'에 각자의 명함을 넣으며 윤리경영의 퍼포먼스를 벌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선언의 '약발'은 6개월에 불과했다.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재건축 아파트 건설과 관련 비리로 현대건설 전·현직 간부와 조합간부 등 26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시공사는 하도급업체로부터 선정 및 후한 공사비 대가로 거액을 상납받고 시공사는 다시 이 돈을 조합장에게 건네는 전형적인 재건축의 삼각 부패고리를 재현한 것이다.
'복마전'이라 했던가. 공교롭게도 건설업계의 어두운 구석을 같은날 한꺼번에 드러냈다. 토지공사 전현직 간부 13명이 파주서 속칭 '딱지'를 사들여 땅투기를 한 사실이 검찰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과거처럼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판박이' 투기사례다. 토공은 올들어 겉과 속이 같다는 '토마토경영'을 내세우며 투명,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벌여 왔지만 이 같은 일이 터져 나오면서 머쓱한 꼴이 됐다.
건설업계 대표들은 정부의 과중한 세금정책과 부동산규제 강화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고사되고 있다며 이를 풀어달라고 공식적인 자리마다 하소연한다. 하지만 '판박이 비리'를 되풀이하는 건설업계의 연례행사에 그 같은 호소력은 떨어진다.
건설업계는 정착되는 투명ㆍ윤리경영 노력에 한두마리 미꾸라지가 물을 흐린다고 봐서는 안된다. 내집마련에 버거운 서민들은 치솟는 고분양가의 주된 이유를 입주자 비용으로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시키고 서민 주거안정 빌미로 건설업계 내부자의 배만 불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