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에 열등감을 느낄 정도였다."
최근 한덕수 부총리가 두바이를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밝힌 소감이다. 한 부총리는 또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며 개방정책이 부럽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넘어 더욱 창의적인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추진하자고도 했다.
두바이와 싱가포르의 공통점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데 있다. 두바이엔 법인세가 없다. 두 국가 모두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거의 없고, 외국 자본에 개방적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관계에서 외친 구호대로라면 우리나라도 이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고도 남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해 7월 법무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상법 개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법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은 따갑다. '기업하기 좋게 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느니만 못하게 됐다.
상법개정안에는 재계가 극력 반대해온 이중대표소송제와 집행임원제도가 도입돼 기업의 경영에 더욱 제약이 가해지게 됐다. '글로벌스탠다드'를 들먹이지만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재계에서 그토록 바라는 적대적 M&A 방어수단은 다음번에 도입하겠다고 한다. 상법이 20년만에 개정됐으니 앞으로 2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꺽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에 대한 공감대는 있으면서도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다. 대체입법을 만들어야 폐지가 가능하다는 답 뿐이다.
웨인 첨리 미 암참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자동차 비즈니스 하기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가 예측불가능했기 때문이란다.
이대로라면 상법 개정안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 같다. 기업하기 좋은나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업하기 가장 어렵다'는 꼬리표는 떼야 하지 않을까, 상법 개정 작업을 바라보는 재계의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