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경부 차관의 어설픈 해명

[기자수첩]재경부 차관의 어설픈 해명

이상배 기자
2006.07.10 09:33

지난 7일 오후 5시 과천 정부청사. 평소 같으면 주말을 앞두고 한산했을 브리핑룸 휴게실이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이 예고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선 것. 최근 이슈가 됐던 보도들을 해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 차관은 우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경기부양'으로 해석한 보도에 대해 "너무 앞섰다"고 운을 뗐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없으며 '대선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참여정부는 인위적 부양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원칙을 되뇌었다.

결국 '경기진작'이나 '경기활성화' 등은 괜찮지만 '경기부양'이란 표현만큼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였다. 한 기자가 "경기진작과 경기부양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박 차관은 "사실 뉘앙스의 차이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박 차관은 이어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대해 언급했다. '대안이 마련돼야만' 출총제를 폐지한다는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최근 전제 조건이 상대적으로 간과됐다는 해명이었다. '연내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과 '대안 마련 후 폐지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구분해 들어달라는 얘기였다.

마지막으로 박 차관 자신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공제확대 검토'. 그는 "양도세 경감은 하지 않고, 그보다 먼저 검토할 것도 많다고 설명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제 확대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금요일 오후에 기자실을 기습 방문하면서까지 직접 해명에 나선 박 차관이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 자리에 모인 기자들은 보도 내용과 해명 사이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만 '민심의 수용'을 요구하는 여당과 '원칙'을 고수하는 청와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정부 당국자의 곤혹스러움만 고스란히 전달됐다.

"경기부터 살리라"는 여당과 "인위적 경기부양은 안 된다"는 청와대, 또 "양도세도 줄이라"는 일부 여당 의원과 "양도세는 절대 못 줄인다"는 청와대 사이에서 휘둘리는건 비단 정부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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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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