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복지안동(伏地眼動) 증후군

[광화문]복지안동(伏地眼動) 증후군

홍찬선 부장
2006.07.13 09:17

인재가 숨고 인물난을 겪는 이유

여당이 인물난에 시달린다고 한다. 2주일 앞으로 다가온 ‘7·27보선’에서 일부 지역구에선 공천을 신청한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한다. 집권당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참여정부도 인물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에 이뤄진 개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사에선 새로운 사람을 찾기보다는 편한 사람으로 채우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정부와 여당이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집단 허무주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에는 이른바 ‘코드 인사’로 인해 인재등용문이 제한됐고, 요즘엔 잠만 자고 나면 검찰에 소환되는 사람이 늘어 몸조심이 확산되고 있다.

가정과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다. 널리 인재를 구하고 등용하는 나라는 융성하지만, 인재가 죽림칠현으로 숨는 나라는 망했다는 것이 사실(史實)이며 역사의 교훈이다.

천하를 다투었던 항우와 유방의 운명이 갈린 것도 결국 사람의 문제였다. 유방은 한신과 같은 인재를 두루 등용함으로써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항우를 누르고 천하를 차지했다. 한신이 대장군으로 추천됐을 때 유방은 그가 횡령한 사실을 들어 중용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길 장군을 뽑는 것이지 도덕 선생님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결국 대장군으로 임명해 천하를 얻었다.

한국이 지긋지긋했던 ‘보릿고개’를 극복한 것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평등의식의 덕이 컸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나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하며 그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평등의식의 부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남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잘 나가는 사람을 시기하고 뒷다리를 잡으려는 게 그것이다. 수학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내 자녀도 명문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중?고등학교 평준화를 확산시키고, 평준화가 ‘부모 경제력=명문대학 진학능력’의 등식을 만들어 계급이 고착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는게 그중의 하나다. 인사철에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도 평등의식의 그늘이다.

잘못된 평등의식은 실패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 일을 많이 해서 실수함으로써 발목을 잡히기보다 잘 나가던 사람이 중도하차하면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복지안동(伏地眼動)파가 많아진다.

꽃은 피기 어려워도 지는 것은 순간이다. 제대로 된 인재를 키우는 데는 적어도 30년 이상 걸리지만, 인재를 바보로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미친 짓을 하는 것을 가치부전(假痴不顚)이라고 한다. 흥선 대원군이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에서 희생당하지 않고 아들을 고종으로 즉위시키고 섭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인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면 가치부전의 처세술이 인기를 끈다. 인재가 숨고 인재난이 심화될수록 많은 사람이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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