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마무리 경제투수

[광화문]마무리 경제투수

정희경 경제부장
2006.07.20 17:01

권오규 경제팀이 출범했다. 권 신임 부총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총리로는 김진표 이헌재 한덕수 씨 등에 이어 4번째이다. 부총리가 거의 1년에 한번 꼴로 바뀌다 보니 ‘경제수장’이란 표현도 무색해 졌다.

권 부총리 역시 자신의 색깔로 업무를 추진해 볼 수 있는 기간은 내년 말 대통령 선거 일정상 1년 남짓 뿐이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인사 청문회당시 발탁 배경과 관련해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 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답변한 대로 마무리 투수에 가깝다.

새로운 부총리가 등장할 때 마다 나왔던 기대와 주문도 이번에는 대통령 임기 후반이라는 특성상 많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전임 한덕수 경제팀과 차별성도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권 부총리의 어깨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마무리 투수는 선발 투수 못지 않게 중요하다. 9회말까지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설사 승패가 바뀌지 않더라도 마무리 투구의 모습에 따라 다음 경기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물폭탄'에 가까운 집중호우 피해, 불불은 노동계의 하투, 위협적인 유가 급등 등 나라 안팎의 악재들 역시 마무리 등판한 권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성장세 둔화 조짐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기다리고 있다.

권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규제 개선을 제시했다. 이는 새로운 과제가 아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그 동안 진척도 더뎠다. 일자리 창출은 ‘동반성장’ 전략의 유효성을 떠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용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고, 성장 축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고용 증대가 신임 부총리의 반복되는 공약이지만 권 부총리를 새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가 일자리 확보를 위해 기업 규제의 획기적인 개선을 약속한 때문이다.

그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낙후된 기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과거 규제개혁이 경제부처 위주로 만들어짐에 따라 효과가 미진했다. 관련 기관, 민간부문 등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기업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경제 철학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 부총리는 고용 증대를 억제한 기업 규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원인과 그 처방을 잘 지적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참여정부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는 오히려 위축됐다. 이를 놓고 규제 탓만 할 수 없지만 정부가 획기적인 노력을 보이지 못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권 부총리는 비 경제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필요한 경우 다른 부처 실무 책임자도 만나 설득해 보겠다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재정경제부의 변화와 혁신,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지위 복원도 언급했다. 이를 통해 경제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확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을 술술 풀어낸다면 참여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막판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세계 20~30위권인 기업 환경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기 위한 추진일정이라도 마련된다면 최소한 다음 경기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권 부총리의 개인적인 역량을 떠나 다른 부처의 지원, 정치권과 민간 부문의 호응등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고 하지만 그가 선 마운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저 4번째 중간 계투 요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규제혁파를 향한 믿음의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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