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래소 또 전운

[기자수첩] 거래소 또 전운

김영래 기자
2006.08.03 08:32

얼마 전 ‘낙하산 인사’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증권선물거래소(KRX)에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매듭을 짓지 못했던 상임감사 선임문제가 오는 11일 속개되는 주주총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상 초유의 증시중단'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거래소 노조 집행부는 ‘청와대 밀실보은인사로 증권시장이 파탄난다’며 오늘도 23일째 철야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김영환 회계사 선임여부가 결정되는 주총까지는 농성이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총리의 인선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 참여정부는 대다수 사람들이 반대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 후보가 ‘증권거래비용 절감’에 관심이 많은 10년 경력의 회계사로서 ‘성과감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파격인사에 고개를 젓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바닥에 떨어진 참여정부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청와대 386으로 화살이 몰리고 있다.

후보추천위의 배후에 참여정부의 386실세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실제 있다면 그 배후 세력은 교육부총리 등으로 정황이 흉흉한 가운데 왜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하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야만 하는지 곰곰이 곱씹어봐야한다.

그렇다고 거래소 측에서 ‘팀장 뻘도 안 되는 나이의 운동권 출신 ‘풋내기’회계사가 왠 말이냐‘며 ‘시장중단’운운하는 건 옳은 일일까.

여론의 향배는 거래소 노조 쪽으로 기울면서 노조의 전면파업 및 그로 인한 증시중단까지 용인되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감사 때문에 하나뿐인 거래소를 멈춰 세울 수 있다는 건 ‘수단’을 위해 ‘본질’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실제 KRX이사장 직권으로 휴장을 선언하지 않는 한 노조가 전면파업에 들어간다고 증시가 멈춰서는 건 아니다. 시장의 왜곡이 일어나겠지만, 전쟁으로 파손돼도 백업시스템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두 가지의 고집이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싫다고 해도 이 사람이어야만 한다', '시장을 멈추더라도 이 사람만은 안 된다'. 누가 옳던 간에 결국 충돌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과 업계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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