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품격이 경쟁력이다

[광화문]품격이 경쟁력이다

홍찬선 기자
2006.08.24 13:29

개와 고양이보다 못해서야...

“왜 사람들은 잠만 잘까?”

“사람들이 언제 잔다고 그래? 항상 바쁘게 일만 하는데…”

“그런데 나뭇잎은 왜 모두 회색이지?”

“뭐라고, 잿빛 나뭇잎이 어딨어? 푸르고 울긋불긋 아름답기만 한데…”

해와 달이 말다툼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바람이 나서 해와 달이 낮과 밤에만 떠있기 때문에 밤과 낮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지적해도 나의 잘못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가 앙숙인 이유도 비슷하다. 개는 반가움의 표시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지만, 고양이는 그것을 위협으로 여긴다. 미소를 보낸 개로서는 발톱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고양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줄 알고, 갖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충족시켜달라고 떼를 쓴다.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고, 먹고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탓이다.

해와 달, 개와 고양이, 그리고 애들만 있는 사회는 조용할 날이 없다.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고, 자기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니 토의와 타협은 없고 언쟁과 편 가르기 싸움만 있기 때문이다.

돈 많은 부자는 있되 당당하고 아름다운 부자는 드물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있되 진정으로 존경받는 지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거나 ‘부장으로서 지시하는 것’이라고 못 박을 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존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아전인수와 이중성(Dichotomy)으로 사회는 품격이 떨어지고 점점 더 천박해진다.

품격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과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이다. 품격은 나이가 들고 돈을 모은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닦고 지켜야 겨우 얻을 수 있다. 품겪 있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의 품격도 높아지고, 그 사회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품격의 3대 구성요소는 정직(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책임(Accountability)이다. 정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이 어렸을 때 정원에 있는 사과나무를 자른 뒤, 엄청 화가 나 있는 아버지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가 잘랐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게 바로 정직이다.

투명성은 법과 규정에 따라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개인적 친분이 있다거나, 뇌물을 받고 안되는 일을 되게 하는 것은 후진성을 나타내는 불투명성이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사회의 비용은 커지고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간다.

책임은 행한 일에 대해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논문 표절 파문이 일어났을 때나 최근에 인사 압력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설명가능성’을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해와 달, 개와 고양이 및 어린애와 달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고, 뒷걸음질도 칠 수도 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어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도 상큼하게 풀어내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반대방향 자리에 앉아보라. 지금까지 익숙해 있던 풍경이 전혀 다른 곳처럼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질과 실체는 바뀐 게 없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이 변함에 따라 다른 세상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헛똑똑이'의 한계를 보여준다.

해와 달, 개와 고양이처럼 좁은 시야와 닫힌 마음이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긴 당쟁(黨爭)의 폐해를 만들었다. 나라 문을 닫고 벌인 당쟁의 결과가 그럴진대, 국경이 없어진 글로벌 경제에서 벌어지는 당쟁의 결과는 우리의 앞날을 외국인의 손에 넘겨주는 어부지리의 폐해가 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하고 자유로운 생각의 줄기를 갖고’ ‘때로는 이쪽에 유리할 수도 있고, 때로는 저쪽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열린 생각’을 지닌 교양인의 품격이 그리워진다.

승자의 저주..얻으려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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