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北核 위기와 국책은행

[기자수첩]北核 위기와 국책은행

김진형 기자
2006.10.15 17:29

북한의 핵실험 실시 발표가 전해진 9일 정오 무렵, 외부에서 식사를 하던 산업은행 임원들이 식사 도중 은행으로 긴급히 돌아왔다. 2시에 비상회의가 소집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비상회의 직후 곧바로 북핵 대책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금시장동향, 중소기업 등 거래기업 상황 등을 매일매일 점검하고 있다.

중소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두 은행도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있은 직후 은행내에 비상대책반을 만들어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국책은행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평소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국민은행만이 11일부터 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 장면이 북핵 위기로 연출된 셈이다.

국책은행들은 올초부터 무용론까지 대두될 정도로 역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이들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국책은행의 위상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북핵 위기는 국책은행에게 일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북핵 사태가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경우 국책은행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핵 사태의 진행 상황에 따라 국책은행 무용론을 주장하던 사람들에게 국책은행이 필요한 이유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핵 위기가 국책은행들에게는 호재(?)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국책은행이 마련해 놓은 비상대책이 실제 실행되는 상황이 와서는 안된다. 하지만 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곧바로 이뤄질 지원대책이 마련돼 있다는 사실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시장의 든든한 안전판'이라는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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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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