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보 정책결정 과정 또 엇박자

민간의보 정책결정 과정 또 엇박자

권성희 기자
2006.10.30 07:59

복지부 "협의했다" vs 타부처 "무슨 소리"

보건복지부가 민간의료보험의 본인 부담금 보장 전면 금지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관련업계는 물론 관련부처 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관련업계나 부처와 협의할 때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뒤돌아서는 이를 전면 무시한 채 '독불장군식'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게 업계 등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29일 "지난 7월11일 대통령 주재 회의 이후 보험업계가 문제를 제기해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내 전문위원회의 2차례, 의료제도개선소위원회 1차례, 총리 주재 회의 1차례, 장관급 관계부처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의 의견 수렴은 물론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충분히 거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보험과 병원 등 관련업계뿐 아니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위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의 본인 부담금 보장 전면 금지 결정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 이 논의가 이뤄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금감위원장이 빠져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재경부 의견 역시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10월19일 복지부에서 열린 의료제도개선소위원회에서 배병준 복지부 보험정책팀장이 업계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하자 강력히 반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복지부가 주장하는 장관급 관계부처 회의 역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오전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유시민 복지부 장관, 윤증현 금감위원장 등이 장관급 관계부처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이미 이날 오후에는 민간의료보험의 본인 부담금 보장 전면 금지가 최종 결정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때 권 부총리와 윤 위원장은 민간의료보험의 개인 부담금 보장을 전면 금지할 경우 기존 보험 계약자의 반발과 보험회사의 타격 등 문제점이 있다며 유예기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대통령이 지시한 사항에 왜 반대하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오후 열린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는 복지부의 안 그대로 결정됐다.

보험업계 역시 철저히 소외되긴 마찬가지였다. 실손형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7월11일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내용이 보도된 후에야 본인 부담금 보장 전면 금지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손보사들은 곧바로 유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 지난 8월18일 유 장관과 손보사 사장단의 회동이 이뤄졌다. 당시 유 장관은 손보사 사장들에게 "앞으로 실무 태스크포스(TF)에 보험업계 관계자를 참석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유 장관은 민간의료보험의 본인 부담금 보장 전면 금지와 관련된 TF에 업계 관계자를 참석시키겠다고 약속한 게 아니라 앞으로 건강보험과 관련된 정책과정에 보험업계의 자문을 구하겠다는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참석자 중 한 사람은 "당시 유 장관은 이상용 복지부 보험연금정책 본부장에게 실무 TF에 보험업계 관계자를 참석시키라고 지시했고 이 본부장은 '큰틀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라 바꿀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큰틀을 바꿀 수 없다고 해도 유 장관이 실무 TF에 보험업계 관계자를 포함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우리 의견도 반영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며 "하지만 유 장관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