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부업체에 낯 붉힌 금감원

[기자수첩]대부업체에 낯 붉힌 금감원

반준환 기자
2006.11.23 08:35

 "주택담보 대출 실적이요? 금감원이 우리 소관도 아니고 자료를 밝혀야할 의무가 없지 않습니까. 자료가 필요하면 공식적으로 서울시를 통해 협조공문 보내시죠" 금융감독원이 최근 조그마한 대부업체 한 곳에서 면박을 당했다.

 정부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대부업계로 자금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우려된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금감원이 실태조사에 나섰는데 한 외국계 대부업체가 관할이 아니란 이유로 실적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 업체는 주택담보대출을 집중적으로 취급, 설립 당시부터 정부정책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았던 곳이다.

그런 우려가 이번 11.15조치로 증폭됐고 비슷한 사례가 증가하면 이후 커다란 문제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사전에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금감원의 주택담보대출 실적 요구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부업체는 법적근거를 들이대며 실적공개 요청을 거절했고 당황한 금감원은 부탁하는 형태로 겨우 자료를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대부업체를 "금융은 금융이되 모습은 금융이 아닌" 형태로 규정한 대부업법의 허술함이 원인이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행정자치부에 등록만 하면 되고 특별한 규제가 없다. 규제는 없고 권한은 있는 기묘한 형태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을 취재하며 항상 궁금했던 것은 "어쩌면 저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해프닝을 지켜보며 한가지 느낀 점은 그들은 법적인 권리를 행사하고 허술함을 이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부업도 해외 거대자본이 진출하고 국내 금융기관도 동향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시장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가 앞으로도 비일비재 하게 일어나게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국회와 정부가 이런 현상을 막기위해 대부업법을 수정한다고 한다. 이참에 소비자 보호 뿐 아니라 대부업체의 체질까지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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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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