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태국 증시의 경고

[기자수첩]태국 증시의 경고

이경호 기자
2006.12.20 16:56

태국 투자자들은 최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증시가 이틀간 각각 10% 이상 급등락한 때문이다.

증시의 급작스러운 움직임은 태국 정부의 외국 자본규제 탓이다. 태국 중앙은행은 19일 외국인의 투기성 투자자금 가운데 30%를 1년간 무이자로 보호예수키로 했다. 1년 안에 돈을 빼면 예치 금액의 33%(전체 금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떼기로 했다.

투자 규제에 외국인들은 태국 증시에서 발을 뺐다. 이날 외국인들은 태국 증시에서 250억 바트(6500억원)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이로 인해 전날 태국 SET지수는 16년 만에 최고치인 15% 폭락했다. 아시아인들은 태국에서 비롯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그러나 태국을 비롯, 아시아 증시는 급락 하루 만에 일제 반등했다. 20일 SET지수는 11% 급반등했다.

이날 반등 역시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전날 증시 급락에 놀란 태국 정부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에 대해선 규제를 적용치 않기로 했다. 시장의 반격에 외국인의 단기 투기를 억제하겠다던 의지를 하루 만에 꺾은 셈이다. 이로써 혼란은 표면상 '한바탕 소동'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태국 경제 및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 특히 외국인들의 믿음은 이미 산산히 부서졌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무렵 외국 자본을 규제했다. 태국과 같이 외국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겨 한동안 고생했다. 이후 외국 투자자들의 믿음을 다시 얻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개발도상국에게 외국인의 투자는 아주 중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외국인의 건전한 투자는 건강한 피와 같다. 나쁜 피, 투기가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정부의 외자 규제는 외국인의 건강한 투자마저 씨를 말려 버린다. 투기든 투자든 피가 없으면 경제는 죽는다. 투기를 막기 위해 건전한 투자마저 막아버리는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는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태국 증시가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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