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 21일 한국은행 기자실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 목요일 2번 금통위가 열리지만 관심은 평소 콜금리 발표가 있는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집중된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넷째주 목요일 금통위에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금통위가 발표하는 통화정책이 잇따라 사전유출됐기 때문이다.
21일에는 금통위가 '총액대출한도 축소' 안건을 의결한다는 사실이 특정언론을 통해 사전보도됐다. 지난달 23일에는 금통위가 단기예금의 지준율을 2%포인트 올릴 것이란 사실이 보도돼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권위'가 중요한 금통위 의결사항이 줄줄 샜는데도 한국은행은 아무 대응이 없었다.
21일 금통위 회의후 한은 이주열 정책기획국장의 기자간담회에서는 통화정책 누설에 대한 책임추궁이 집중됐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한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사전 유출될 수 있나", "그 경로와 원인을 파악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이 연이어 미리 공개돼 중앙은행의 신뢰에 금이 가고 시장에 불공정한 경쟁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국장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유출 주체와 경로, 원인 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재발 방지책은커녕 유출 과정에 대한 파악도 아직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한은은 재경부 등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가 흘러나가 억울하다는 눈치지만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다른 경로를 통했더라도 금통위 정보 보안에 대한 책임은 결국 한은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정보 유출을 막지 못했다면 노력이 부족했든, 보안능력이 없든 둘 중에 하나인 탓이다. '다른 루트'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재경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다시 불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는 시장의 신뢰와 중앙은행의 권위를 곧추세울 수 없다. 한은이 정보보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