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후세인은 사라졌지만...

[기자수첩]후세인은 사라졌지만...

박희진 기자
2007.01.01 15:32

2006년 마감을 하루 앞둔 30일 예상밖의 소식이 저 멀리 바그다드에서 날아들었다.

20년 넘게 독재자로 군림해 온 사담 후세인(69) 전 이라크 대통령이 30일 새벽 전격 처형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라크 형법이 사형을 금지한 만 70세를 4개월 앞두고 이라크 최고항소법원이 사형을 확정(26일)한 지 4일 만에 교수형을 실행한 것이다. 이로써 후세인은 2003년 12월 고향 티크리트의 토굴에서 생포된 지 3년 만에 영욕의 생애를 마감했다.

후세인은 대통령이 된 지 3년 만인 1982년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며 시아파 마을 두자일의 민간인 148명을 체포, 고문하고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11월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두자일 학살'뿐 아니라 1988년 10만명이 넘는 쿠르드족을 학살한 '안팔 작전' 등 후세인의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한 비난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사형선고에서부터 집행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된 후세인 사형과정을 둘러싸고 씁쓸함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처형은 불가피했지만 사형 선고 뒤 불과 나흘만에, 그것도 수니.시아파 등 이슬람 교도들의 최대 축제인 '희생제'가 시작하는 날 새벽에 처형이 단행된데 대해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의혹의 핵심에는 이번 재판의 사실상의 배후로 지목되는 미국이 자리잡고 있다.

이라크 전쟁 악화로 거센 비난에 직면, 설자리를 잃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처형을 단행,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라크전의 정당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이라크 상황을 연내 일단락짓기 위해 '무늬만' 민주적 사법절차를 방패로 삼아 후세인 처형을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보인다.

벌써부터 후세인 처형에 따른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세인의 처형으로 이라크의 정치·군사적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물론, 종파간 긴장이 고조돼 '비극의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006년 후세인은 사라졌다. 그러나 2007년 '후세인의 유령'이 살아나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길 것만 같다. 폭력은 폭력을 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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