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현주 회장의 '부동산 거품론'

[기자수첩]박현주 회장의 '부동산 거품론'

전병윤 기자
2007.01.05 10:55

"주거용 중심의 부동산 투기는 정점을 향하고 있으며 가격 하락의 터널은 길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부동산 가격 거품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서다. "투자는 안하고 부동산 투기만 일삼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실로 무섭다"며 "부동산가격은 이미 버블수준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전략을 주제로 삼은 반면 박 회장은 민감한 사안인 부동산 문제를 강한 어조로 문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박 회장의 이러한 부동산 발언을 놓고 최근 미래에셋 경영진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고위 관계자들과 사석에서 현재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부메랑이 돼서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끊임없이 강조했다고 한다.

어찌보면 경제에 대한 우려감보다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성을 저해할 위험요소라는 쪽에 비중을 두고 부동산문제를 건드렸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자산운용사를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으며 자산운용이 발전하려면 자본시장으로 돈이 꾸준히 흘러와야 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문제가 자칫 '성장엔진'에 '기름'(돈)을 끊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우려했다는 시각이다.

미래에셋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부동산으로 돈이 쏠리면서 가격 급등을 부추겼고 언젠가 가격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면 대출로 인한 빚 부담이 쌓일 것"이라며 "소득이 부채 갚는데 급급해 자본시장으로 투자되지 않으면 미래에셋그룹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해 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 직원들을 향해 주택가격의 위험성을 고객들에게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느끼는 박 회장의 '동물적인 감각'이 보통사람의 체감 위험보다 더 크다. 박 회장의 부동산 거품론이 미래에셋의 앞날을 위한 것이든,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 것이든 부동산 값이 안정돼야 한국 경제와 자본시장의 미래가 밝다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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