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 분'만 아는 정책

[기자수첩]'그 분'만 아는 정책

박재범 기자
2007.01.10 09:30

"한 분만 알겠죠"

지난 3일 저녁 퇴근길, 한 당국자가 건넨 말이다. 발단은 이날 신년인사회에서 "환율관련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른바 '특단의 대책' 발언 이후 이어진 질문 공세에도 '특별한 언급'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조(自嘲)였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연일 쏟아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관가는 마냥 지켜만 볼 뿐이다.

4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와 고위공무원단과의 오찬 등에서도 국정 운영과 관련 조그만 힌트조차 얻지 못했다. 대신 머리 속에는 "불량상품=언론"이란 정의만 남았다.

9일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접하고도 마찬가지. 다른 고위당국자는 "생뚱맞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데 대한 불쾌함이다.

실제 정해년 신년사, 경제운용방향 등 어디에서도 '개헌'의 단초를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노 대통령이 강조해온 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1년내내 개헌과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얘기만 하면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된 탓이다.

당장 부동산 등 경제 현안은 관심밖으로 밀려났고 정치권은 '개헌 올인' 태세를 갖췄다. "이게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한 당국자는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생각하며 쳐다만 볼 뿐"이라고 했다. "정책 집행의 주체가 아닌 관객이 돼 버린 듯 하다"는 푸념도 덧붙인다.

과천 관가에서 지켜보면 대통령과 국민간 소통 부재 못지 않게 대통령과 관료 사이의 이해도도 매우 낮다. 오직 한분, 노 대통령만 알고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한분'만 알면 절대 실행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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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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