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외펀드와 소나기

[기자수첩]해외펀드와 소나기

김능현 기자
2007.01.31 07:52

중국 6조5000억원, 인도 1조7356억원, 친디아 3003억원...

지난해 국내에서 투자된 해외펀드의 규모다. 한 방송사가 소개한 이 숫자들은 해외펀드 열풍을 대변한다.

해외펀드 열기는 공중파 방송까지 점령했다. 한 방송사는 주말 황금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에서 해외펀드 투자를 권유했다. 이 코너에 등장한 전문가는 위험(리스크)를 전제로 이머징마켓에 '장기투자'할 경우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문가의 조언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효하다. 중국, 인도, 러시아,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 증시는 지난해 50% 이상 올랐다. 제자리 걸음을 한 국내 증시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머징 마켓의 랠리는 유동성 장세라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대규모 기업공개(IPO) 등에 힘입어 자금이 몰려 증권사의 거래 시스템이 다운될 정도로 투자 열기가 거세다. 올 들어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의 일 평균 거래량은 10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세배 규모로 늘었다.

베트남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정부가 먼저 증시 과열 억제에 나설 정도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100%로 늘리기로 했던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한도를 현 수준(49%)으로 되돌렸다. 해외펀드 매니저에 대한 공시 규정도 강화했다.

하지만 유동성 장세는 오래 못간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오일 달러가 유입돼 승승장구하던 러시아 증시는 최근 유가가 하락하자 추락했다. 다른 이머징 마켓 증시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러시아 증시는 3.4% 하락했다.

다른 이머징 마켓 증시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이머징 마켓에 투자했던 엔 캐리 자금이 이탈하면 증시의 폭락은 피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일본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지난해 중순 엔 캐리 자금의 이탈로 증시의 대폭락을 이미 경험했다.

국제자금의 흐름에 민감한 전문가들은 엔 캐리 자금의 불안정성을 연이어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회복으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엔 캐리 자금의 이탈과 증시의 하락은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다. 우선 소나기를 피한 뒤 어디로 갈지 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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