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왜 순서 안바꿔줘요?"

[현장클릭]"왜 순서 안바꿔줘요?"

진상현 기자
2007.01.31 10:28

"왜 순서 안 바꿔줘요? 사람들이 우리가 3위인줄 알잖아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우리은행 직원이 대뜸 던진 말입니다. 이 직원이 말한 순서란 기사에 언급되는 은행들의 순서를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을,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으로 바꿔달라는 얘기죠.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은행들은 이 순서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바로 은행들의 순위를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은행의 순위는 설립 연도 순과 일치했습니다. 이른바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라는 한마디로 압축됐죠. 조흥은행은 지난 1897년에 설립됐고 이후 상업(1899년), 제일(1929년), 한일(1932년), 서울(1959년) 순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은행들의 덩치가 비슷했던 데다 사실상 관치금융 시대로 은행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죠.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부실은행들이 나오고 은행간 이합집산이 시작되면서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라는 서열은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자산규모 순서가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을 기준으로 은행 서열이 정해지기 시작한 거죠.

지난해 3월까지는 이 순서가 '국민-우리-신한-하나' 순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옛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통합은행이 출범하면서 2, 3위가 바뀌었습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로 바뀐거죠.

그러나 지난해 우리은행이 대대적인 자산 확대에 성공하면서 순서를 또한번 바꿔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3/4분기 분기말 현재 우리은행의 자산은 178조원으로 182조원인 신한은행과의 차이가 4조원으로 좁혀졌습니다. 연초 23조원 이었던 자산 격차가 4조원으로 줄어든 거죠. 연말기준으로는 다시 역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오는 2일 신한은행(신한금융)을 필두로 시작되는 금융권의 실적 발표가 끝나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순위가 바뀌었더라도 그 순서가 언제까지 갈지는 장담하기 힘듭니다. 당장 3월말 실적이 나오면 또다시 순서를 바꿔 쓰야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통합 와중에 보수적인 영업을 했던 신한은행은 공세적인 영업을 다짐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수익성 중심으로 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조그만 차이지만 이 차이 속에는 국내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 급변하는 금융산업의 현주소가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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