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저'뒤에 감춰진 핵폭탄

[기자수첩]'엔저'뒤에 감춰진 핵폭탄

이경호 기자
2007.02.08 16:20

올해 첫 서방 선진7개국(G7) 회의가 9일(현지시간) 열린다. 주요 관심사는 엔저 문제다. 이날 각국 재무장관들은 엔저 현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G7에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시각이 엔화 약세를 옹호하는 일본의 주장과 다르지 않아서다.

엔저 현상은 우리 수출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엔 약세로 유럽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많이 떨어졌다. "일본이 고의로 금리를 낮춰 엔화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엔저 현상을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엔화의 가치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럽 재무장관들의 요구대로 일본의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보다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이탈로 인한 혼란이다.

엔저 현상은 저금리가 조장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추겼다. 현재 일본 금리는 0.25% 수준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금융사들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화폐로 바꿔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화를 팔려는 매물이 늘어 엔화의 가치는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2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약 200조원으로 추산된다.

만일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이익은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각국 증시로 들어간 엔 캐리 자금은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과열 경고등이 켜진 이머징 마켓 증시엔 핵폭탄과 같은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일본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던 지난해 5월 이머징 마켓 증시는 엔 캐리 자금의 이탈로 급락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감하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엔화의 가치를 조금씩 올릴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미국 유럽은 물론 우리 정부도 그것을 담보하지 못한다. 엔저 문제에 대한 해결은 전적으로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 메야 한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다른 대책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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