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임차관보, 나 ○○○이야…"

[현장클릭]"임차관보, 나 ○○○이야…"

진상현 기자
2007.02.14 15:41

"임차관보, 나 ㅇㅇㅇ 인데, 회의중이야?"

전날 있었던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면담 결과를 취재하느라 정신 없었던 14일 아침. 다급하게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들자 이런 낯선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임 차관보 아닙니다. 전화를 잘못거신 것 같은데요"

답을 하면서 순간 회추위와 관계가 있는 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후 몇마디 대화가 오갔고 짐작대로 회추위 위원 중 한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랬습니다. 어제 회추위 면담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연락처를 알고 있는 위원분들에게 전화를 돌렸었는데 이 분이 뒤늦게 확인하고 답신을 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 전화번호로 착각하셨던 거죠.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수도 있었지만 때가 때니 만큼 이런저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무엇보다 회추위원들이 이분처럼 재경부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분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억지스런 연결이라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회추위원 선임이 대주주인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해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추위원들이 정부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 많다면 인선구도에서도 관료출신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구요.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입장에서도 상급기관의 고위인사가 응모를 했으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대주주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CEO로 선임한다는데야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이 부적합한 후보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서도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의 현실을 볼 때 힘있는 '관료 출신 회장'이 오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문제라는 얘깁니다. 공모라는 형식을 띠면서 정부 입맛대로 선임 과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구조라면 공모 껍데기를 벗어던지는 것이 맞겠지요. 직접 임명하고 책임도 확실하게 지는 것이 차라리 더 맞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룰'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누가되든 게임의 승자에게도 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언젠가 언론계의 한 선배가 "시장과 관이 싸우면 당연히 관이 이긴다"고 한 얘기가 새삼 떠오릅니다. 우리금융 회장 선임 과정을 보면서 시계바늘이 자꾸만 뒤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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